일의 패러다임은 늘 기술이나 자원보다 ‘어떻게 일하는가’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
누구나 말한다. “요즘은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진짜 달라진 것은 일의 ‘형태’가 아니라 ‘관계’와 ‘흐름’이다.
예전에는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말로 앞장서고, 멀리 내다보았다.
‘비저너리’라 불린 그들은 언어와 상징의 힘으로 사람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 비전을 구현하는 과정은 언제나 다른 사람의 몫이었다.
그 다음은 프로세서를 거쳐 오퍼레이터의 시대로 넘어왔다.
생산, 유통, 마케팅, 운영… 모든 영역은 절차와 체계를 통해 분업되었다.
‘문제 해결’은 곧 ‘구조화’였고, ‘속도’는 ‘규칙’에서 나왔다.
그러나 오늘의 일은 더 이상 선형적인 순서로 흘러가지 않는다.
세상은 연결되고, 사람은 예측 불가하며, 기술은 너무 빨리 변한다.
완벽한 프로세스도, 뛰어난 오퍼레이션도 더 이상 결정적이지 않다.
이제는 시너지스트의 시대다.
비전을 넘겨받아 구조화하고, 그것을 다시 실행 가능한 언어로 번역하며,
서로 다른 리듬과 문법을 가진 사람들을 하나의 흐름 속으로 엮어내는 자.
그는 리더도, 팔로워도 아니다.
비저너리보다 더 깊이 듣고, 프로세서보다 더 유연하게 설계하며,
오퍼레이터보다 더 정교하게 관계를 작동시킨다.
그는 흐름을 설계하고, 사람을 연결한다.
때로는 선을 굽게, 때로는 흐름을 멈추게도 하며,
부딪히는 역할과 뒤엉킨 이해를 조율하고,
고립된 능력을 함께 흐르게 하는 구조를 만든다.
그가 만드는 프로시저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갈등을 에너지로 전환하고, 차이를 접속지점으로 바꾸는 디자인이다.
흩어진 역할과 충돌하는 동선을 연결하고,
고립된 기능과 멈춰선 에너지를 작동하게 하는 프로시저.
부딪히는 언어와 시점을 연결하고,
엇갈리는 리듬과 속도를 조율하는 프로시저.
단절된 업무와 파편화된 판단을 연결하고,
흐트러진 리듬과 겹쳐진 경계를 정돈하는 프로시저.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시너지스트의 본질이다.
일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지만, 진짜 어려운 것은 사람이 서로 맞물리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 시대의 진짜 설계자는, 기능보다 관계의 작동법을 아는 사람이다.
시너지스트는 가장 눈에 띄지 않지만, 모든 것을 흐르게 하는 사람이다.
그는 앞장서지도, 뒤처지지도 않는다.
다만 한 걸음 비켜서 ‘함께 일하게 되는 구조’를 만든다.
그것이 진짜 일이고, 그로 인해 사람은 함께 나아간다.
프로세스는 ‘일의 절차’를 설계하고, 시너지스트는 ‘사람의 흐름’을 설계한다.
비저너리는 방향을 말하고, 오퍼레이터는 실행하지만,
시너지스트는 그 둘 사이의 균형과 리듬을 만든다.
이제는 단순히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흐르게 만드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시대다.
일의 패러다임은 ‘단독의 역량’에서 ‘공존의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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