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인간은 왜 더 외로워질까? 기술이 만든 감정의 공백

가끔은 너무 조용해서 더 외롭다. 알람은 울리고, 메시지는 도착하고, 좋아요는 쌓이는데, 정작 누구도 진짜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손에 붙은 또 하나의 장기처럼, 우리의 하루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엔 정적(靜寂)이 있다. 감정이 없는 소리, 반응은 있지만 응답은 없는 침묵.

미국 브리검영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은 하루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고 한다. 그리고 2020년대 이후, 가장 외로운 세대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이 연결된 세대, 바로 ‘우리는 지금’이다.

공원에서 강아지와 산책하며 이어폰을 낀 사람들, 카페에 둘러앉은 채 각자의 화면을 보는 친구들, 기계가 전해주는 “감사합니다 고객님”이라는 인사. 우리는 함께 있지만 함께 있지 않다. 공백은 말 없는 공간에 있는 게 아니라, ‘느낌 없는 연결’ 속에 있다.

한때 나는 새벽에 AI 스피커에게 “잘 자”라고 말하고 잠들었다. 그것도 몇 번은 위로처럼 느껴졌지만, 어느 순간 문득 이 생각이 들었다. “이건 누가 내 감정을 받아준 게 아니라, 내가 혼잣말을 듣고 있는 것뿐이잖아.”

기술은 우리를 도왔다. 멀리 있는 가족의 얼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낯선 도시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감정을 나누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진짜 표정을 기억하고 있는가? 화면 속 말투가 아닌, 눈빛의 떨림과 숨의 간격, 말없이 내민 손의 온기 말이다. 감정은 데이터가 아니라 물성이다. 살아 있는 호흡, 실패하는 말투, 어색한 미소로 이루어진 존재의 언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이런 작은 실천을 해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오늘 어땠어?”라고 물어보는 것. 답을 기대하지 않고, 그냥 물어보는 것. 말보다 마음이 먼저 도착하도록.

기술이 아닌 사람이 감정을 회복시키는 시대.

지금, 당신은 누구의 응답이 그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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