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물상지(玩物喪志)낮은 울타리에 게재된 글

완물상지(玩物喪志)라는 말이 있다. 뭔가를 갖게 되면 그것에 마음을 빼앗긴다는 뜻이다.

물건은 면적을 차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음속에도 자리를 틀고 앉아 관심과 여유를 빼앗는다. 최근 나의 잦은 출장으로 이동이 번거로워진 아내를 위해 차를 하나 더 뽑았다. 차를 산지 한 달이 넘었지만 나의 관심은 아직도 새로 구입한 차에 쏠려 있다. 업무의 특성 때문에 노트북컴퓨터를 바꾸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럴 때면 며칠 낮과 밤을 새로운 컴퓨터에 시간과 관심을 쏟아 붙는다. 새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고 유틸리티 깔기를 반복하다가 보면 어느새 중고가 되어있을 정도로 컴퓨터는 내 마음을 빼앗는다. 카메라와 캠코더를 샀을 때도 마찬가지다. 꽤 오랫동안 관심의 대상이 되어 다른 것들에 관심과 취미를 가질 여유가 없게 된다.

이와 같은 것은 비단 물건에 뿐만 아니다. 모든 일이 잘되 풍요가 생기면 감사의 마음을 빼앗기고, 좋은 직장과 일을 얻어 그것에 열심을 내다보면 가족과 이웃들의 소중함을 잊게 된다. 최근 몇 년 동안 개인사업과 각종 위원회로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매주 여행과 출장이다. 이제는 신문 기자의 일까지 더해져 누구보다 바쁘다. 더 이상 다른 것들이 마음을 비집고 들어올 공간이 없다. 한 회사의 대표로서의 역할,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남편과 아빠로서의 역할, 친구로서의 역할을 일과 사업이라는 애물에 빼앗겨 버렸다. 도리어 바쁜 일과 이로 인한 부담과 강박증으로 아내에게 짜증만 늘어났다.

무엇이 그토록 삶의 소중한 것들을 대신할 만큼 바쁘다는 것인가? 오늘, 바쁜 마감시간에도 내 관심과 마음에 가득한 것들을 정리하고 정말로 중요한 것들로 대신 채우기 위해 고민 중이다. 아들과 함께 놀이동산을 찾는 것. 아내에게 좀 더 자상하고 사려 깊은 남편이 되는 것. 조카들의 필요와 취미생활에 함께 하는 것. 친구들과 만나 우정을 나누는 것. 한걸음 더 나아가 자족과 감사의 마음자리를 만드는 것이 될 것이다.

-낮은 울타리에 게재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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