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택이어(竭澤而魚)

진나라 문공이 성복이라는 곳에서 초나라와 일대 접전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초나라 병사의 수가 아군보다 훨씬 많을뿐만 아니라 병력 또한 막강해 승리할 방법이 없었다. 승리를 위해 고민에 잠겨있던 문공은 호언에게 물었다.

“초나라의 병력은 많고 우리 병력은 적으니 이 싸움에서 승리할 방법이 없겠소?” 호언은 이렇게 대답했다. “예절을 중시하는 사람은 번거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움에 능한 자는 속임수 쓰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속임수를 써 보십시오.”

잠시 후, 문공은 또 다시 이옹의 생각을 물었다. 이옹은 호언의 속임수 작전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별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멈칫거리다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갈택이어(渴澤而漁)면 기불획득(豈不獲得)이나 명년무어(明年無魚)라.”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물고기를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그 훗날에는 잡을 물고기가 없게 될 것이고, 산의 나무를 모두 불태워서 짐승들을 잡으면 잡지 못할 리 없지만 뒷날에는 잡을 짐승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 속임수를 써서 위기를 모면한다 해도 영원한 해결책이 아닌 이상 임시방편의 방법일 뿐이라는 조언이다.

바둑에서만큼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는다’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을 확실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도 없다.  바둑을 둘 때 고수들은 일부러 미끼로 돌을 버리기도 한다. 이게 웬 떡이냐며 덥석 덤벼들었다가 큰코 다친다. 한두 집 잡으려다가 판 전체를 내주게 되는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며 갈택이어와 소탐대실이라는 말을 통해 새해를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한 해법을 찾게 된다. 올 한 해를 살며 우리네 삶 곳곳에서 물이 마른 못이 얼마나 많이 생겼을지… 휴지나 바구니를 얻으려고 몇 십만 원 짜리 건강식품을 사는 할머니들의 경우만 소탐대실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속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소탐대실을 범하는 경우가 많다.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가족과의 관계를 등한시 하는 일이나 간식이나 폭식으로 건강을 해치는 것도 그렇다. 무엇보다 현세의 삶을 획득하기 위해 영원을 갈(渴)하는 어리석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자.

-김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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