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과 예수

난방기를 끄고 나왔는지 안 끄고 나왔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다시 집에 들어가는 일. 퇴근 후 이웃 점포 사장으로부터 문이 잠기지 않았다고 전화가 오는 일, 냉동실에 리모컨을 두고 문을 닫는 일, 자동차 키를 손에 들고 어디 있는지 찾는 일, 휴대폰이나 지갑을 놓고 나오는 일….
누구나 종종 겪게 되는 망각의 병적 증상인 ‘건망증’이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건망증이라는 것이 점점 그 강도를 더해 간다는 것이다. 특히 가정이나 사회에서의 역할과 책임이 많아질수록 건망증의 강도는 점점 심해진다. 직장인들 가운데는 건망증 때문에 신용이 깨지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건망증 때문에 벌어진 부부싸움으로 정신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단다.
건망증은 기억장애의 하나로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잊어버리는 정도가 심한 병적인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순간밖에 경과하지 않았는데도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곧 잊어버리는 것을 전진성 건망증이라고 한다. 또한 아무런 전조증상도 없이 갑자기 건망증의 발작이 발생해 상당히 오래 된 일에 대한 기억조차 못하게 되고, 동시에 현재 자기가 처해 있는 상황도 전혀 알 수 없는 일과성건망증도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건망증은 누구에게나 일정부분 나타나는 증상이다. 망각 역시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축복이라는 말도 있다. 인간은 기억을 한 후 19분 후에는 41.8%, 63분째에는 55.8%, 첫 이틀 동안에 66%, 그리고 31일째는 78.9%를 망각해 버리고, 나머지 21%는 오랫 동안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다.
2천년 전, 망각의 귀중한 교훈을 남긴 사람이 있다. 요셉과 마리아는 큰 혼란과 걱정 속에 빠져 있었다. 그들은 예루살렘을 떠날 때에 예수님이 자신들의 바로 뒤에 있지 않음을 알지 못했다. 행렬은 크고 혼잡했다. 요셉과 마리아는 친구나 친지와 함께 여행하는 기쁨에 관심이 몰두되어 밤이 되기까지 예수가 없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들이 쉬기 위하여 머물렀을 때에 아이 예수가 없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예루살렘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예수를 찾으러 돌아 다녔다.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예수를 온종일 잊고 있던 결과였다.
우리 삶이 바빠서, 맡고 있는 책임이 너무 커서, 혹은 친구들과 일상사에 빠져서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예수님을 온 종일 잊고 사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잠시동안 잊은 예수를 찾기 위해 사흘 밤낮을 찾아 돌아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김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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