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칙 없는 정치
정치 속 거짓과 조작의 기술
정치적 거짓말은 마치 역사의 무대 위에 펼쳐진 고대의 비극처럼 끊임없이 반복된다. 그 시작은 대개 작고 사소한 ‘진실의 왜곡’에서 비롯되지만, 그 파장은 한 사회의 신뢰와 기반을 무너뜨릴 정도로 강력하다. 도스토옙스키는 그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거짓을 말한 자는 결국 스스로 그 거짓을 믿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는 거짓말이 시작되는 순간, 그 거짓은 자신의 삶과 행동을 왜곡하며 진실과 점점 더 멀어지는 인간의 본성을 고발한다.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경제는 세계 탑10에 진입했고, 문화적 위상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통치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진실의 왜곡을 시작했다. 그는 ‘국가의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명목 아래 계엄령을 선포하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결정을 내렸다.
그의 정권은 계엄령을 정당화하기 위해 ‘선거 부정’이라는 주제를 앞세웠다. 일부 정치인과 극우 유튜버, 그리고 극우 언론은 선거 결과에 대한 의혹과 거짓사실을 끊임없이 부추기며, 국민들 사이에 불신을 조성했다. 대중은 선거가 조작되었다는 의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는 점점 더 증폭되었다. 이는 ‘외부 세력의 개입’이라는 논리로 발전했으며, 중국이 한국 정치에 부적절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을 확산되었다. 이는 사실상 아무런 증거도 없는 선동이었지만, 거듭 반복되는 선전은 많은 이들에게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 과정에서 책임있는 정치인과 법조인, 그리고 오피니언 리더들은 계엄령의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거짓과 왜곡을 동원했다.
정치적 거짓말의 동기는 대부분 권력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 근본에는 권력 유지와 확대라는 목표가 있다. 1961년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제안한 바와 같이, “군주는 때로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한다.” 이 말은 정치적 현실주의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마키아벨리가 제시한 정치적 실용주의는, 많은 정치 지도자들에게 거짓이 정당화될 수 있는 이유로 제시되어 왔다.
현대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로, 거짓말은 더 이상 윤리적 딜레마가 아닌, 전략적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그의 임기 동안 사실을 왜곡하거나 허위 정보를 반복적으로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발언 중 많은 것들이 거짓으로 판명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많은 지지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유지했다. 이 현상은 “거짓말도 반복되면 진실이 된다”는 히틀러의 선동가 요제프 괴벨스의 말처럼, 거짓이 반복될 때 그 자체로 사실처럼 보이게 되는 정치적 역설을 보여준다.
정치적 거짓말이 단지 정치인들의 입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언론은 때로 정치적 거짓의 확산을 돕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현대의 언론은 과거보다 더 많은 정보와 사실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지만, 정치적 편향성이나 상업적 이해관계로 인해 진실을 왜곡하거나 아예 감추는 경우가 많다.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은 언론이 어떻게 정치적 거짓을 폭로하고 진실을 밝힐 수 있는지 보여준 좋은 사례다. 그러나 반대로,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 언론은 대량살상무기(WMD) 존재 여부에 대한 진실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전쟁이 시작되었고,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러한 경우는 언론이 진실을 감추거나 왜곡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정치적 거짓말은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거짓이 만연할수록 대중은 진실을 분간하기 어렵게 되고, 결국 정치에 대한 불신이 쌓이게 된다. 20세기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거짓말을 말하는 자는 결국 현실을 거부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아렌트는 거짓이 진실을 대신할 때, 그 사회는 필연적으로 도덕적 붕괴와 정치적 혼란을 맞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이, 진실과 거짓말의 경계는 때로는 희미하지만, 그 경계가 무너질 때 사회는 진실을 잃어버리고, 결국 거짓의 왕국 속에서 길을 잃게 된다.
김현청(Brian KIM, Hyuncheong)
E-mail: brian@hyuncheong.kim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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