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혼, 새로운 부부 관계의 가능성인가?

졸혼, 새로운 부부 관계의 가능성인가?

과거 결혼은 혈연, 재산 보호, 정치적 동맹의 도구였다. 사랑이 결혼의 전제조건이 된 것은 근대 이후의 변화다. 산업혁명 이후 개인주의가 강조되면서 결혼은 경제적 연합에서 개인의 행복을 위한 제도로 전환되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짧았던 과거와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현재를 동일한 결혼관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결혼은 시대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의 현실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이라는 문구는 낭만적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통계청의 ‘2022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이혼한 부부 3쌍 중 1쌍은 20년 이상 함께한 부부다. 사랑으로 시작된 결혼도 시간이 지나면 성격 차이,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지속이 어렵다. 자녀가 독립한 후, 남은 세월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졸혼은 이러한 고민 속에서 등장한 대안이다.

졸혼, 이혼이 아닌 재정립

졸혼(卒婚)은 단순한 별거나 이혼이 아니다. 부부 관계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재정의하는 개념이다. 각자의 삶을 존중하면서도 부부로서의 유대감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한 집에 살지만 간섭하지 않거나, 아예 별거하며 가끔 만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관계를 더 건강하게 지속하기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졸혼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율성을 확보하면서도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부가 각자의 관심사를 추구하면서도 신뢰와 유대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적 문제, 사회적 인식, 법적 보호 부족 등 졸혼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졸혼을 고려한다면 경제적 안정과 상호 합의가 필수적이다.

졸혼, 결혼 제도의 해체가 아니라 확장

졸혼 외에도 부부 관계의 새로운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LAT(Living Apart Together)족은 결혼한 상태에서 따로 사는 것을 의미하며, 유럽에서는 10% 이상의 부부가 이를 실천하고 있다. 또한, 인도에서 시작된 해혼(解婚)은 부부가 서로를 해방시켜 각자의 인생을 존중하는 문화적 형태로 자리 잡았다.

졸혼은 결혼을 해체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결혼의 개념을 확장하고, 부부 관계의 가능성을 다양화하는 시도다. 현대 사회에서는 결혼이 단일한 형태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행복과 관계의 지속 가능성이다. 앞으로도 결혼은 변화할 것이며, 졸혼은 그 변화의 일부가 될 것이다.

결혼 이후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라

결혼은 단순한 법적 관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재구성되는 동적인 관계다. 인간의 욕구와 가치관이 시대에 따라 변하듯, 부부 관계 또한 획일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더 유연하고 개방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전통적인 부부관계만이 정답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개인과 공동체 모두의 행복을 고려한 새로운 결혼 모델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결혼은 더 이상 “함께 살아야만 한다”는 전제에서 벗어나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동거든, 별거든, 졸혼이든 중요한 것은 부부가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지지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관계의 형태 또한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건강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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