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칙 없는 정치

1부. 거짓말의 왕국: 진실이 사라진 정치

정치 속 거짓과 조작의 기술

2장. 권력과 거짓: 왜 정치인들은 거짓을 말하는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선택하는 거짓의 이유와 논리.

정치에서 거짓말은 마치 권력의 그림자처럼 늘 함께한다. 정치인들이 권력을 유지하고, 지지율을 높이며,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종종 선택하는 것이 바로 ‘거짓’이다. 그러나 이 거짓말이 단순히 도덕적 타락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복잡한 정치적 계산과 전략의 결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 이면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권력의 본질과 거짓말의 필요성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군주는 때로는 거짓을 말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상적인 통치자는 언제나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현실의 정치에서 군주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을 이용해야 할 때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정치적 실용주의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정치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거짓말을 해야만 권력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최선의 선택”이라는 논리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1986년 레이건 대통령의 이란-콘트라 사건이 있다. 레이건 정부는 이란에 무기를 불법적으로 팔아 그 자금으로 니카라과 반군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양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레이건 대통령은 초기에는 이를 완전히 부인했지만, 결국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의 신뢰는 큰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거짓말은 그가 냉전 시기에 미국의 대외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했던 것이다.

 

정치인의 거짓말: 현실적 계산의 산물

 

정치적 거짓말의 또 다른 이유는 ‘대중의 요구와 기대’ 때문이다. 대중은 정치인에게 이상적인 리더십을 기대하지만, 실제로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들은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때로는 거짓을 말한다. 예를 들어,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들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공약을 남발하며, 실제로 이행할 수 없는 약속을 하기도 한다. 이는 대중이 현실보다 더 나은 미래를 원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면서 사담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쳤다. 그가 제시한 정보는 대부분 허위였음이 밝혀졌지만, 당시 블레어는 대중과 국제 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러한 주장을 계속 밀어붙였다. 이러한 거짓말은 정치적 결정이 어떻게 대중의 심리와 국제적 압박 사이에서 조율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진실을 외면한 정치: 권력의 욕망

 

권력 자체가 거짓을 부르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권력이 갖는 유혹 때문이다. 고대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는 “권력은 부패하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거짓을 말하는 이유는 권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권력은 그 자체로 인간의 도덕적 판단을 흐리게 하며, 더 많은 권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거짓은 일종의 도구로 변질된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 역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을 선택한 사례 중 하나다.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이 자신의 재선을 위해 불법적인 도청을 지시하고,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결국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해 사임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거짓말을 한 이유는 명백했다. 권력에 대한 욕망이 그를 진실에서 멀어지게 만든 것이다.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시대

 

정치인들이 거짓을 말하는 이유는 때로는 체제 자체에 내재된 결함 때문이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현대 사회에서 진실이 왜곡되는 이유 중 하나로, 체제의 본질적인 결함을 지적했다. 그녀는 거짓말과 정치에서 “거짓은 체제가 붕괴하지 않도록 유지하는 기제”라고 설명한다. 정치인이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때로는 진실이 체제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정치적 거짓말은 개인적 부도덕함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체제와 권력의 요구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진실이 체제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면, 정치인은 이를 은폐하거나 왜곡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적 거짓말은 복잡한 정치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들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정치인들이 선택하는 거짓의 배후에는 언제나 권력이라는 유혹과 두려움이 존재하며, 대중의 기대와 정치적 현실이 그들을 진실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참고자료:
  1. 마키아벨리, 군주론, 1532.
  2. 유베날리스, 풍자시집, 2세기.
  3. Arendt, Hannah. Lying in Politics: Reflections on the Pentagon Papers, 1972.
  4. The Washington Post, “The Iran-Contra Affair: A Chronology of Cover-up,” The Washington Post, 1987.
  5. Hitchens, Christopher. The Trial of Henry Kissinger, 2001.

 

김현청(Brian KIM, Hyuncheong)
E-mail: brian@hyuncheong.kim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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