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02]: 신앙 공동체 속의 여성 연대, 교회에서만 나누는 이야기들

교회 여성들의 삶은 이중적이다. 그들은 신앙 공동체 안에서 하나님의 딸로 불리며, 경건하고 순결한 존재로 여겨진다. 동시에 교회 바깥에서의 삶은 또 다른 현실을 직면한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 속에서 교회와는 전혀 다른 규범이 작용한다. 이 사이에서 여성들은 서로를 알아보고, 작은 연대의 틀을 만들어 나간다. 그러나 이 연대는 단순한 친목이 아니라, 억압적인 구조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생존 방식이기도 하다.

신앙과 현실 사이에서 살아가는 교회 여성들에게 ‘교회 안에서만 나누는 이야기’란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교회의 남성 중심적인 구조 속에서 쉽게 드러낼 수 없는 고민들, 신앙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만 조심스럽게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일 것이다.


1. 여성들만의 신앙적 언어와 연대의 방식

교회에서 여성들은 조용한 언어를 사용한다. 직접적으로 반항하지 않지만, 때로는 미묘한 표현과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는다. 남성들이 주도하는 강단에서 여성들은 침묵하지만, 예배가 끝난 후, 소그룹 모임이나 주방에서 그녀들은 전혀 다른 대화를 나눈다.

예를 들어, 목사의 설교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 여성들은 서로를 흘끗 쳐다본다. 누군가 가볍게 한숨을 쉬면, 다른 누군가는 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친목 모임이 시작되면 대화의 주제가 변한다.

“순종하라는 말은 좋은데, 남편이 정말 하나님의 사람 같아야 순종할 맛이라도 나지 않겠어?”

이런 농담 섞인 한마디가 나오면, 모두 웃는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씁쓸한 현실이 있다. 남성들은 설교에서 ‘성경적 여성상’을 강조하지만, 정작 여성들은 그 기대를 맞추느라 현실적인 고충을 겪는다. 이런 자리에서만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대는 명확하게 조직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교회의 공식적인 구조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여성들끼리는 서로를 보호하고, 이해하고, 때로는 작은 반항의 언어를 공유하며 비공식적인 네트워크를 만든다.


2. 교회가 여성 연대를 허용하는 방식: 봉사와 헌신의 영역

교회에서 여성들이 연대할 수 있는 공식적인 공간은 대부분 봉사와 헌신의 영역이다. 구제 활동, 주방 봉사, 유아부 돌봄, 성가대, 여성 성경 공부 모임 등은 모두 여성들이 주로 맡는 역할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하지만 문제는 교회가 이 연대를 허용하는 범위가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즉, 여성들끼리 모일 수는 있지만, 그 논의가 신앙적이고 순종적인 태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제한된다.

예를 들어, 교회의 가정 상담 모임에서 여성들은 남편과의 갈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해결책은 대체로 “기도하고 참고 기다리라”는 방향으로 수렴된다. 더 나아가 “부드럽게 남편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연대의 목표가 된다. 다시 말해, 여성들의 연대가 완전히 자유롭고 독립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공간은 여성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식적인 설교나 강연에서는 들을 수 없는 실제적인 경험들이 공유되며, 같은 신앙을 가진 여성들끼리 서로를 위로하는 자리가 된다.


3. 교회 여성 연대의 한계: 침묵과 억압의 장치

여성들이 교회 내에서 연대를 형성한다고 해서, 그것이 항상 적극적인 저항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경우, 연대는 상황을 더 잘 견디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가정 폭력 문제를 겪고 있는 한 여성이 교회 여성 모임에서 고민을 나눌 때, 그녀는 위로받을 수는 있지만, 실제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도 남편이 변할 거야.”
“하나님께서 인내하는 자에게 상을 주신다고 했잖아.”
“기도하면 분명 길이 열릴 거야.”

이러한 말들은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해결을 막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신앙적 가치와 현실적 문제가 충돌할 때, 여성들은 쉽게 침묵을 강요받는다. 교회에서 만들어지는 연대가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여성들은 신앙 공동체 내부에서 연대를 형성하기보다는, 외부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찾는다.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교회를 바라보거나, 여성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종교적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며, 많은 여성들은 여전히 교회 내부의 연대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연대는 때로는 신앙을 유지하기 위한 방패가 되기도 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덮어버리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4.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진정한 연대를 이루려면

현재 교회 여성들의 연대는 비공식적이고 제한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여성들이 교회 내에서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소리 없는 지지를 보내며, 작은 반항의 언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변화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더 나아가려면, 여성 연대가 단순한 생존 전략이 아니라, 적극적인 변화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 교회 내에서 여성들이 더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성들이 단순히 봉사자로 머물 것이 아니라, 신학적 논의나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 여성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를 신앙적 틀 안에서만 해결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가정 폭력, 성차별, 경제적 독립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 교회 내부의 연대가 내부의 문제를 덮는 방식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성들의 침묵이 미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지지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신앙 공동체 속에서 여성 연대는 단순한 생존 방식이 아니라, 교회를 더욱 건강하고 정의롭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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