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럽다.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한국 기독교는 지금 길을 잃었다. 영혼의 구원을 이야기하던 강단은 어느덧 정치의 확성기로 전락했고, 예수의 희생과 이웃사랑을 외치던 그 자리에서 정치적 이권과 경제적 욕망이 날카로운 십자가처럼 꽂혀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하며 거리로 나온 대형 교회들과 목사들은 자신들의 조직력과 신앙적 권위를 이용해 맹목적으로 신도를 동원하고 있다. 그들이 외치는 메시지에는 합리성과 이성이 자리를 잃었으며, 광적인 믿음과 극단적 언어만이 난무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한국 기독교는 정치적 목적과 경제적 이득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자주 넘어졌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일부 대형 교회는 권력과 밀착해 민주화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권력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이후에도 한국 교회는 보수 정권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자리 잡으며 특정 정치 세력의 보호막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본래의 종교적 순수성은 사라지고, 종교와 정치는 위험한 거래를 반복해왔다.
최근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한 특정 목사들의 연설은 합리적인 신앙이라기보다는 망상과 광신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어떤 목사는 “윤석열 정부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공산화된다”는 황당무계한 논리를 펴고, 신자들에게 근거 없는 두려움을 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선동적인 메시지에 많은 신도들이 의심 없이 동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앙이 이성을 압도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마비시킬 때, 종교는 더 이상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사로잡고 억압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나치 독일 시대를 살아가며 이렇게 경고했다. “종교가 권력과 손을 잡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신앙이 아니라 우상숭배가 된다.” 본회퍼의 경고처럼, 한국 교회의 정치화는 신앙을 우상숭배로 변질시키고 있다. 이는 성서의 가르침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예수는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들을 위한 희생과 섬김을 삶으로 보여주었지만, 오늘날 한국의 일부 대형교회는 권력과 경제적 이익을 섬기며 예수를 다시 십자가에 못 박고 있다.
그렇다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기독교를 되찾기 위해 한국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먼저, 교회는 정치적 중립성을 회복해야 한다. 기독교가 정치적 현안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특정 정치 세력과의 결탁은 그 본래의 가치를 훼손할 뿐이다. 미국의 성공회 신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Stanley Hauerwas)는 『교회됨(Being the Church)』이라는 저서에서, “교회는 세상과 권력 앞에서 구별된 목소리를 내야 하며, 오직 그때에만 진정한 사회적 증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 교회가 이 조언을 새겨들어 정치적 이해관계를 벗어나 진정으로 중립적이고 윤리적인 목소리를 회복해야 한다.
둘째, 신앙의 합리성과 비판적 사고를 되찾아야 한다. 현재 한국 교회는 목사의 권위를 절대화하고 신자들의 비판적 사고를 차단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신앙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미국의 종교사회학자 피터 버거(Peter Berger)는 『거룩한 장막(The Sacred Canopy)』에서 “현대 종교는 비판적 사고를 허용하고 합리적 의심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생존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 교회 역시 설교자의 주장에 무조건적 순종이 아닌, 열린 질문과 합리적 비판을 장려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경제적 탐욕과 이권 추구에서 벗어나 본래의 종교적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 한국 대형 교회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물질적 번영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연결시키는 번영신학(Prosperity Theology)이다. 그러나 성경은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디모데전서 6:10)라며 탐욕과 탐심을 경고하고 있다. 독일의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는 이렇게 말했다. “교회가 부유할 때 타락하기 쉽고, 가난할 때 참 신앙을 발견한다.” 한국 교회는 탐욕스러운 번영신학을 버리고 다시 희생과 봉사라는 본래의 종교적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회가 스스로를 정화하지 못할 때, 신도들이 깨어나 교회를 바로잡아야 한다. 더 이상 맹목적으로 목사의 선동적 메시지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교회의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의 기독교 신도들은 이제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목사나 교회 조직을 절대적인 권위로 여기지 말고 오직 예수의 가르침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 한국 교회는 기로에 서 있다. 정치와 경제의 욕망에 매몰되어 본질을 상실한 채 계속 나아갈지, 아니면 합리성과 이성을 회복하고 예수의 본래 정신인 희생과 섬김을 실천할지 선택해야 한다. 이 선택의 순간에 교회와 신도들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간곡히 호소한다. 그리하여 한국 기독교가 다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회복하고, 사회에 희망과 평화를 주는 종교로 돌아오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mail: brian@hyuncheon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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