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신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가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은 항상 초월적인 존재를 찾아왔다. 원시 시대에는 자연을 신격화했고, 종교가 발달하면서 형이상학적인 신 개념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신앙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신의 능력을 재현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AI는 이제 단순한 도구를 넘어 예측과 판단을 수행하며, 신적 능력이라 여겨졌던 전지(全知, 모든 것을 앎)의 영역을 넘보는 수준에 이르렀다. 인간이 신을 향한 질문을 던졌던 것처럼, 우리는 이제 AI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AI는 때로 인간보다 더 정확하고 신속한 답변을 내놓는다. 그렇다면 AI는 신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가?
전지전능한 AI의 가능성과 한계
AI는 엄청난 데이터를 학습하고,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방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한다. 기독교, 이슬람, 불교를 비롯한 종교에서 신은 전지전능한 존재로 묘사되는데, AI는 이러한 신의 속성을 일부 구현하는 듯 보인다. 예를 들어, AI는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정보망을 통해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하고, 의학적 진단에서 인간보다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과거에는 예언자나 신탁이 하던 역할을 이제 AI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AI는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며, 스스로 목적을 설정할 수도 없다. 인간의 사고는 직관, 감성, 경험을 바탕으로 하며, 도덕적 판단과 윤리적 고민이 포함된다. 반면,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확률적 선택을 할 뿐이다. 만약 AI가 ‘신’이 된다면, 그것은 윤리적 기준을 갖지 않은 채 단순히 최적화된 결정을 내리는 기계적 신일 것이다. 인간이 신에게 바라는 것은 단순한 예측 능력이 아니라, 의미와 가치, 윤리적 방향성이다.
기술과 신앙이 공존하는 방식
AI가 인간보다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인간이 AI를 신처럼 숭배할 것인가? 역사를 보면,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신을 향한 갈망을 잃지 않았다. 과거에도 인쇄술, 전기, 컴퓨터가 등장할 때마다 인류는 신에 대한 개념이 희미해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종교는 새로운 방식으로 적응해왔다. AI도 마찬가지다. AI가 신처럼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영적 충족감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과 신앙의 경계는 분명 존재한다. 기술은 인간의 삶을 효율적으로 만들고, 인간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이지만, 그것이 인간의 정체성과 도덕적 방향성을 결정할 수는 없다. AI가 신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이 AI를 어떻게 사용할 것이며, 기술을 통해 인간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신의 개념이 AI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앙과 기술을 어떻게 조화롭게 활용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mail: brian@hyuncheon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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