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경제 시스템_02] 부의 불평등은 필연적인가?

불평등은 인간 사회의 운명인가?

역사란 불평등의 기록이다. 피라미드의 거대한 석재 위로 흘러내린 것은 노동자의 땀방울이 아니라 그들의 무너진 삶이었고, 중세의 성채 위에 흩날린 깃발은 봉건귀족의 무자비한 특권을 상징했다. 오늘날 우리는 정보와 자본의 피라미드 위에서 디지털 영주들이 군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부의 불평등은 과연 필연적인가? 아니면, 반복 가능한 비극일 뿐인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인간의 역사를 거슬러, 불평등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왕권과 사제의 독점

최초의 문명에서 부는 권력과 신성함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고대 이집트에서 파라오와 귀족 계급은 토지를 소유하고, 사제 계층은 신전 경제를 장악했다. 일반 민중은 토지를 빌려 경작하며 수확의 대부분을 조공으로 바쳤다.
메소포타미아의 바빌로니아 역시 유사했다. 법전(함무라비 법전)은 계약과 상속, 이자 등을 규정하여 지배계급의 부를 법으로 보호했다. 이 시기 불평등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신의 질서로 포장된 지배의 논리였다.

그러나 이 구조는 내부에서 균열을 일으켰다. 부의 독점은 곧 국가의 쇠퇴로 이어졌고, 불만은 반란과 왕조 교체로 이어졌다. 권력이 부를 독점하면, 부는 곧 권력의 무덤을 판다.


2. 로마 제국: ‘라티푼디아’와 공화정의 몰락

로마는 초기에 시민 중심의 공화정을 지향했지만, 정복전쟁을 통해 확보된 노예 노동과 대농장(라티푼디아) 체계는 극단적 불평등을 초래했다. 귀족과 기사계급은 토지를 독점하고, 일반 시민은 점점 몰락하여 ‘무산자'(프로레타리아)로 전락했다.

티베리우스 그락쿠스 같은 인물은 토지개혁을 시도했으나, 개혁은 암살로 끝났고, 로마는 부의 편중과 권력의 집중으로 내전과 황제체제로 넘어갔다. 경제 불평등은 정치적 독재로의 전환을 불러온 셈이다.

역사학자 폴 케네디는 이 과정을 “내부의 불평등이 제국을 스스로 갉아먹은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로마는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탐욕에 의해 무너졌다.


3. 중세 유럽: 봉건제와 교회의 부

중세의 봉건제는 토지 기반의 지배 구조였다. 영주는 토지와 사람을 소유했고, 농노는 법적 자유도 없이 평생 부역에 시달렸다. 교회는 면죄부와 십일조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신앙을 경제적 착취의 도구로 활용했다.

그러나 14세기 흑사병으로 노동력이 급감하면서, 농노의 몸값이 오르고 노동시장의 균형이 깨졌다. 이는 불평등 구조에 균열을 일으켰고, 이후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시민혁명의 배경이 되었다. 불평등의 균열은 항상 외부 충격과 내부 갈등에서 비롯되었다.


4. 산업혁명: 자본가와 노동자의 탄생

18~19세기 산업혁명은 자본주의의 기틀을 다졌다. 기계와 공장, 도시화는 자본의 집중을 가속화했고, 노동자는 농촌을 떠나 도시의 공장으로 몰려들었다. 임금은 착취당했고, 아동노동과 열악한 환경은 인간을 도구로 전락시켰다.

이 불평등에 대한 반발로 노동조합, 사회주의 운동,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등장했다. 부의 불평등은 체제 자체를 흔드는 정치적 위기로 발전했고, 국가의 개입(복지, 규제)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자본의 흐름은 더 교묘해졌다. 금융자본, 주식회사, 글로벌 기업은 국경을 넘나들며 부를 축적하고 세금을 회피했다.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고, 진화했다.


5. 21세기: 기술 자본과 데이터 독점의 시대

오늘날 우리는 또 다른 불평등의 국면에 있다. 소득보다 자산, 자산보다 데이터가 중요해진 시대. 빅테크 기업은 사용자 정보를 자산화하여 전 세계를 무대로 부를 창출한다.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자본의 수익률이 노동의 수익률을 초과하는 구조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즉, 노동으로는 자산을 따라잡을 수 없는 세상이다.

게다가 인공지능과 자동화는 노동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해법을 논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자금은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올 것인가? 부유층의 자발적 기부일까, 아니면 강제적 조세일까?
답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불평등은 필연인가, 선택인가?

역사는 말한다. 불평등은 인간 사회의 본능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우리의 선택이다. 불평등은 누군가의 축적에서 비롯되지만, 그 축적이 사회 전체를 위협할 때, 반드시 균열이 발생했다.

  • 프랑스 혁명은 왕과 귀족의 과도한 부의 독점이 촉발했다.
  • 1929년 대공황은 금융자본의 탐욕과 규제 부족이 원인이었다.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탐욕의 변종이었다.

불평등은 반복되지만, 그 종말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결론: 공정한 재분배 없는 자본주의는 존재할 수 없다

부의 불평등은 ‘필연’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제도의 결합에서 비롯된 ‘구조’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자본주의는 자가 면역질환에 걸린 체제처럼 스스로를 파괴할 것이다.

오늘의 우리는 다시 묻는다.
어떤 구조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 구조를 만들 용기가 있는가?

역사는 우리에게 경고한다.
불평등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피하지 않으면 재앙이 되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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