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윤리를 교양 아닌 기술 기본값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알고리즘은 도덕적 중립이 아니다

AI 윤리는 대부분의 기술 강의에서 맨 마지막에 잠깐 다뤄지는 파트다.
“이제 윤리도 생각해봐야겠죠”
“기술이 너무 빠르니까, 이제는 책임도 따라가야 합니다”
혹은
“그래서 요즘은 AI 윤리도 알아야 해요”

그렇게 말하면서
정작 아무도 묻지 않는다.
왜 윤리가 기술 뒤에 오도록 설정되어 있는가?

이 구조는 거꾸로 되어 있다.
기술이 작동한 이후에야
그 기술이 초래한 문제를 검토하는 방식.
실험은 먼저 시행되고,
피해는 사후에 기록되며,
책임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윤리는 경고음이 아니라 설계도여야 한다.
AI 시대에 ‘윤리’는
선택 가능한 교양 과목이 아니라
기술 설계의 전제 조건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AI는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가 아니라
현실을 재구성하는 힘
이기 때문이다.

추천 알고리즘 하나가
뉴스 소비를 바꾸고,
정치적 극단주의를 강화시키며,
소수자의 존재를 보이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얼굴 인식 기술이
피부색과 성별에 따라 오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리즘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AI는 학습한 데이터대로 움직이지만,
그 데이터는 인간 사회의 편향과 차별, 불균형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렇다면
AI가 똑똑해질수록,
그 편향도 더 정교하고 더 구조적으로 퍼지게 된다.

이런 기술을 개발하면서
윤리를 ‘부가 옵션’으로 취급하는 건
자기 파괴적인 자만에 가깝다.

기술의 빠른 발전을 이유로
윤리의 속도를 미룰 수는 없다.
기술이 실현하는 것은
단지 가능성의 확장일 뿐,
그 가능성이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려하지 않는다면,
기술은 결국 ‘편리한 도구’를 넘어선 ‘위험한 구조’로 전환된다.

AI 윤리는 인문학의 몫이 아니다.
코드를 짜는 개발자,
시스템을 설계하는 엔지니어,
상품화하는 기획자 모두의 몫이다.

윤리 없는 기술은
지능은 갖추었지만 책임감이 없는 존재를 만들어낸다.
그 존재는 똑똑하지만 무감각하고,
정확하지만 무책임하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사회의 기본 감각을 무너뜨리는 무형의 재난이 된다.

AI 시대의 진짜 혁신은
스펙의 고도화가 아니라
윤리의 내장화다.

윤리는 기술의 장식이 아니라,
그 기술이 사람에게 닿는 방식을 결정하는 가장 본질적인 코드다.
그것이 작동하지 않으면,
기술은 아무리 잘 설계되어도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결국 사람을 소외시킨다.

기술이 사람을 닮으려면,
먼저 사람의 책임을 닮아야 한다.

그래서 윤리는 기술의 가장 깊은 프로토콜이어야 하며,
AI 윤리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처음부터 시스템에 ‘기본값’으로 켜져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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