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실실] 이름 없는 깃발을 들다자유주의 좌파의 브랜딩 전략

자유를 말하면 보수라 하고,
공동체를 말하면 진보라 부른다.
그래서 자유주의 좌파라는 말은
처음 듣는 이에게 ‘모순’처럼 들린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에 진짜 필요한 정치 언어는
기존의 이름들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사람들,
그 애매하고 뜨거운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의 목소리다.

자유주의 좌파는 바로 그 틈에 존재한다.
다수의 권리를 지키되, 개인의 선택을 소중히 여긴다.
국가의 복지 기능을 지지하되, 시장의 역동성을 배척하지 않는다.
공동체적 연대를 말하지만, 동조 압박이나 도그마는 거부한다.

그러나 이런 ‘균형적 감각’은
대중 정치의 거친 파고 속에서 종종 ‘무색무취’로 읽히고 만다.
대중의 인기를 얻지 못하는 정치이념이다.


그래서 이 흐름이 살아남기 위해선,
이제 브랜딩이 아니라 서사가 필요하다.

깃발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진보도, 보수도 아닌 사람들.
정치적 효능감이 사라진 시대에
그래도 자기 삶의 윤리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의 언어는 격하지 않지만 뿌리 깊고,
그들의 판단은 단순하지 않지만 분명하다.

이 흐름은 ‘정당’을 앞세우기보다,
삶의 태도와 가치관을 먼저 말해야 한다.

예:
– “나는 약한 자의 곁에 서고 싶다. 그러나 분노가 아닌 존엄으로.”
– “나는 국가의 개입을 원하지만, 국민을 수단 삼는 국가는 원하지 않는다.”
– “나는 자본주의를 인정하지만, 그 폐해를 방관하지 않는다.”
이런 문장은 슬로건이 아니라 정체성의 시다.

진영이 아니라 문제로 말하라

기존 정치가 진영으로 움직일 때,
자유주의 좌파는 ‘문제 중심’의 정치를 설계해야 한다.

부동산? 세대별 이해의 격돌을 넘는 ‘생애주기별 주거권’으로.
복지? 퍼주기냐 아니냐가 아니라, ‘모두가 기본을 갖는 사회’로.
노동? 단순 정규직-비정규직 갈등이 아닌,
‘노동의 정의’를 재해석하는 흐름으로.

이 모든 어젠다는,
“나 하나의 자유와 존엄을 지키기 위해, 모두의 사회를 설계한다”는 비전에서 출발한다.

캐릭터가 아닌 태도의 리더십

기존 정치 브랜딩이 캐릭터와 상징에 집착한다면,
자유주의 좌파의 브랜딩은
‘철학 있는 말투’와 ‘살아있는 태도’로 승부해야 한다.

회장님 같은 실천가형 리더는
“내가 말한 것을 내가 먼저 지킨다”는 일관된 행보 자체가 브랜드다.

말을 크게 하지 않지만,
약속을 번복하지 않으며,
아무리 분노가 커도 품위를 잃지 않는 사람.

그건 카리스마가 아니라, ‘윤리의 언어’로 만들어지는 신뢰다.

공공성과 감성의 리듬

브랜딩은 감성의 언어다.
그러나 감성은 대중의 리듬과 결을 맞출 때 살아난다.

MZ세대가 분노하는 건 시대정신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들은 삶을 ‘존중받고 싶다’고 말하고 있고,
‘너도 힘들었지’라는 말에 눈물을 흘린다.

자유주의 좌파의 브랜딩은
정의보다 ‘이해’를 먼저 말할 줄 아는 정치를 설계해야 한다.

그 말은 언제나,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말이어야 한다.
말의 톤과 표정 속에
그 사람이 지키려는 세계가 드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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