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분이 아님을 증언하러 왔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세상에 ‘내가 누구인가’를 선언하는 일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질문은
‘내가 누구냐’보다 먼저,
“나는 누구 아닌가”라는 정체성의 경계선이다.
이 지점에서
2,000년 전 광야에 선 한 인물,
침례요한을 우리는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아니다. 그러나 준비한다.
요한복음은 침례요한을 이렇게 증언한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나는 주의 길을 곧게 하라고 외치는 자의 소리다.”
(요한복음 1:20–23)
침례요한은 사람들에게 메시아로 오해받는다.
사람들이 묻는다. “당신이 그리스도냐?”
그는 분명히 말한다.
“아니다. 나는 그가 아니다. 나는 그가 오실 길을 준비하는 자일 뿐이다.”
이 명료하고 담대한 비움의 언어는
모든 브랜드가 배워야 할 정체성의 철학이다.
나는 누구인가 이전에, 나는 누구 아닌가
브랜드 철학은 종종
“우리는 어떤 존재다”로 출발하지만,
더 중요한 건
“우리는 무엇이 아니다”는 명확한 구별이다.
스타벅스는 ‘커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제3의 공간을 제공하는 브랜드다.
애플은 단순한 IT 제조사가 아니라,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문화의 아이콘이다.
침례요한이 “나는 그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브랜드 언어로 치면
‘우리는 대체 불가능한 길을 간다’는 철학의 시작이다.
침례요한은 포지셔닝의 대가였다
그는 스스로를
_“광야에서 외치는 소리”_로 정한다.
‘말씀’도 아니고, ‘주체’도 아닌,
그 말씀을 준비하는 ‘소리’일 뿐이라고 고백한다.
이것은 브랜드 포지셔닝에서
자기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는 태도와 닮아 있다.
침례요한은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았다.
그는 단 하나의 미션에 몰입한다.
“그분의 길을 예비하라.”
그는 영광을 움켜쥐려 하지 않았고,
그의 사명은 통과의례적 브랜드가 되는 것이었다.
브랜드는 자기 사라짐의 미학을 배워야 한다
침례요한은 예수가 등장하자
이렇게 말한다.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요한복음 3:30)
이건 단지 겸손의 언어가 아니다.
브랜드의 본질이 ‘욕망의 과시’가 아닌 ‘가치의 전달’에 있을 때,
어떤 지점에서는 사라질 준비도 되어 있어야 한다는 선언이다.
브랜드가 자기 과시에만 몰입하면
결국 사람은 브랜드를 피곤해한다.
반면, 자기 역할을 알고 물러날 줄 아는 브랜드는
오래도록 사랑받는다.
브랜드는 ‘소리’가 되어야 한다
침례요한은
_“나는 소리다”_라고 말했다.
말이 아니라, 말이 울리는 울림.
존재가 아니라, 존재를 지시하는 메아리.
브랜드 역시
자기 자신을 말하기보다,
사용자와 사회를 향해 ‘이야기를 열어주는 존재’가 될 때 살아난다.
브랜드는 상품을 팔지 않는다.
브랜드는 정체성과 경험,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거울이 된다.
그것이 바로
브랜드가 ‘예비하는 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때 생기는 생명력이다.
침례요한은 브랜드 철학 그 자체였다
그는 화려한 성전을 갖지 않았다.
광야에서 메뚜기를 먹으며,
낙타털 옷을 입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역사의 사막을 관통했다.
그는 많은 것을 갖지 않았지만,
자신의 소명을 정확히 알았다.
그는 브랜드의 로고가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가 어떻게 세상에 닿아야 하는지를 몸으로 보여준 존재였다.
오늘, 우리는 얼마나 침례요한처럼
“나는 아니지만, 그는 온다”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는 얼마나 브랜드가
‘자기 자신을 증명하려는 욕망’을 넘어
‘다른 가치의 길을 비추는 소리’가 될 수 있는가.
그가 말한 것처럼,
“나는 그분의 신발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할 사람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브랜드가
진짜 신뢰받는 리더가 된다.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mail: brian@hyuncheong.kim
www.blueage.xy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