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생일에강한 사람이 아닌, 깊은 사람이 되거라

사랑하는 아들아,
너에게는 아직 말하지 못한 마음이 많다.
살다 보면 말보다 눈빛이 먼저이고,
표현보다 침묵이 더 가까운 순간들이 있지.
아버지가 너에게 쓰는 이 편지는,
그런 말들이 흘러넘쳐
마음에 고요히 고이는 날의 기록이다.

나는 너에게 강한 사람이 되라고 말하지 않으련다.
세상이 말하는 힘은
때때로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것이지만,
나는 네가
누군가를 안을 수 있는 사람,
함께 아파할 줄 아는 사람,
그런 ‘깊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실패는 네가 시도했다는 증거이고,
넘어짐은
일어설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세상이 박수쳐 주지 않아도,
네가 네 자신을 존중할 수 있다면
그 길은 결코 헛되지 않다.

조급해하지 말아라.
세상은 네가 빨리 어른이 되기를 원하지만,
나는 네가
제대로 된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느리게 가도 괜찮다.
길은 늘 그 자리에 있고,
너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은
어느새 가장 단단한 길을 걷게 되더구나.

분노보다는 침묵을,
무시보다는 질문을,
자기만족보다는
타인을 위한 공간을 품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다오.

살다 보면 억울한 일도 있고,
이해받지 못하는 날도 있다.
그럴 때에도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길들이렴.
억울함을 안고도
품위 있게 견디는 법을 배운다면,
너는 이미 반쯤은
어른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너의 곁에 있을 것이다.
조언을 강요하지 않겠다.
다만 네가 바라보는 그 길 위에
먼저 살아낸 한 사람으로서
작은 등불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사랑한다, 아들아.
네가 존재해줘서
이 세상에 내 이름이 더 단단히 남았다.
그저 네가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나는 매일 조금씩
아버지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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