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살아진다. 그리고, 살다보면 사라진다.살아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날들

살다보면

살아진다.

억지로가 아니라

그저 어느 날

숨이 붙어 있고,

걷고 있고,

먹고 있고,

웃고 있더라.

누가 살리려 한 것도 아닌데

어디선가 바람이 불고,

누군가 건넨 말 한마디에

다시 심장이 뛴다.

그렇게

살다보면 살아진다.

 

그런데 또,

살다보면
사라진다.

기억도, 사람도, 감정도.

잡고 있던 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옆에 있던 사람이 어느 날 문득 없고,

영원할 것 같았던 마음도

조용히 퇴장한다.

그게 삶이다.

붙잡을 수도 없고

억지를 부릴 수도 없다.

살다보면 살아지고,

살다보면 사라진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묵묵히 받아내는 것이

어른이 되어간다는 뜻일지도.

오늘 살아졌다면,

그건 축복이다.

오늘 사라진 것이 있다면,

그건 이별이 아니라

다음 숨을 위한 자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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