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길을계획이 무너질 때마다, 다시 시작하는 용기에 대하여

바람은 늘 빠르다. 구름은 느긋하고, 강물은 제 갈 길을 간다.

인생이란 것도, 어쩌면 그 셋을 오가는 일인지 모른다. 누군가는 속도를 내야만 살아남는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버티는 사람이 끝내 웃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길 위에 서보면, 정답이란 건 없다. 빠르게 달린다고 해서 옳은 것도, 천천히 걷는다고 해서 틀린 것도 아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자기 페이스를 잃지 않는 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실제 인생에 있어서 만사는 자기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그렇다. 처음 세운 계획은 아침 햇살처럼 맑아도, 현실은 늘 짙은 안개와 비바람을 섞어 보낸다. 예상치 못한 부상, 갑작스런 좌절, 원치 않는 멈춤. 하지만 여기서 삶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첫 번째 계획이 무너질 때, 우리는 두 번째, 세 번째 계획을 세운다. 마음을 끌어모아 다시 출발선에 선다. 그 반복 속에서 비로소 인내는 강철처럼 단단해지고, 고유한 리듬은 깊어지기 시작한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남들보다 한참 뒤처진 것 같아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나만의 속도로 달리는 것이다. 넘어진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다시 한 발을 내딛는 것. 오늘 숨이 차오른다고 내일을 의심하지 않는 것.

우리가 끝내 달리고 싶은 건, 남의 코스가 아니다. “조금은 불완전하지만, 분명히 나다운 길”이다.

인생을 달린다는 건, 결국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일이다. 속도를 다그치지도 않고, 느림을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며, 그렇게 숨을 고르고, 마음을 다잡아 나아가는 것. 흐린 날에도 걷고, 비가 와도 웃으며, 무너져도 다시 꿈꾸는 것.

오늘 넘어졌다면, 괜찮다. 내일은 또 다른 걸음을 뗄 수 있다.

자기만의 속도로, 자기만의 리듬으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달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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