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사라져도 마음은 해결되지 않는다해결은 상황을 끝내지만, 감정을 끝내지는 않는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고장 나면 고친다.
망가지면 버리고,
이유가 생기면 설명하고,
증상이 생기면 진단하고 약을 처방한다.

문제 해결 능력은 효율의 이름으로 예찬된다.
회사든 가정이든, 누군가 울거나 분노하거나 불안해하면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데?”라는 말이 바로 튀어나온다.
그 말은 어쩌면 따뜻한 관심일 수도 있고,
어쩌면 감정 자체를 감당하지 못하는 불편함의 회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문제는, 해결된다고 끝나지 않는다.
사건은 정리되었지만, 마음은 아직 어딘가에 남아 있다.
서랍을 정리했는데, 그 사람의 냄새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것처럼.
용서를 했는데, 그날 밤 문득 눈물이 나는 것처럼.

심리학자 수전 데이빗은 말한다.
“감정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것이다.”
슬픔은 치워야 할 쓰레기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야 마를 수 있는 물웅덩이다.

불교는 고통을 없애기보다 고통을 통과하는 태도를 가르친다.
기독교는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약속하지, 울지 말라고 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이후에 찾아온 공허함을 우리는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
당신은 괜찮아졌다고 말했지만,
당신의 꿈은 여전히 어제에 머물러 있다면.
그럴 때 필요한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들어주는 사람 하나,
“그래도 그런 마음이 있었겠구나”라고 말해줄 단 한 줄일지도 모른다.

해결은 빠르지만, 위로는 느리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감정을 천천히 건너고 있다.
건널 수 있다는 믿음만이 유일한 등불처럼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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