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고 소통하기 위해 고안한 정교한 체계이지만,
그 자체로 완전한 진실을 담을 수 있는 도구는 아니다.
우리가 단어를 사용하여 어떤 대상을 가리킬 때,
그 단어는 단지 지시(reference)를 수행할 뿐이며,
그 대상이 지닌 의미(sense)와는 엄연히 구분된다.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는 이를
기호(sign)를 기표(signifier)와 기의(signified)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기표는 소리 혹은 문자로 표현되는 외형이며,
기의는 그 기호가 상징하는 개념이나 심상이다.
이때 두 구성 요소는 필연적 관계가 아니라 자의적이고 관습적인 연결을 통해만 작동한다.
예를 들어, 금성은 아침에 ‘새벽별’로, 저녁에 ‘저녁별’로 불린다.
지시하는 행성은 동일하지만,
각각의 명칭은 전혀 다른 상징적 의미를 띠고 있다.
즉, 같은 대상이 다른 의미로 지각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더 나아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이나 드래곤과 같은 단어들 역시
지시대상은 없지만, 뚜렷한 의미와 이미지를 구성한다.
따라서 언어는 반드시 존재하는 실체를 기반으로 하지 않더라도
의미를 생성하고, 사고를 구성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언어 구조의 특성은
우리가 말하지 못한 것, 표현되지 않은 감정, 설명되지 않는 진실에 대해
새롭게 사유할 여지를 제공한다.
말해지지 않은 것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언어가 도달하지 못한 자리,
즉 침묵 속에서 더욱 뚜렷하게 존재하는 진실일 수도 있다.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논리철학 논고』에서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침묵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이 침묵은 무지나 회피가 아니라,
언어가 닿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경외의 표현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말을 멈춤으로써,
비로소 진실에 가까워진다.
결국, 언어는 세계를 해석하는 강력한 도구이지만,
그 자체가 진실의 전부는 아니다.
말해지지 않은 것의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언어 너머의 감각을 회복하게 된다.
그곳에는 말보다 깊은 신뢰,
기표보다 더 분명한 삶의 흔적이 자리하고 있다.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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