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선이해(선입견, preconception)라는 거울을 들고 세상을 본다. 이 거울은 우리의 경험, 교육, 문화, 사회적 환경이 투영된 것이다. 선이해가 많은 사람들은 이 거울을 통해 세상을 해석하며, 때로는 그 거울에 비친 그림만을 진실로 여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그 심리와 원인을 들여다보면, 인간의 본능적 습성과 사회의 구조적 힘이 교차하는 지점이 드러난다.
선이해는 뇌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만든 인지적 지름길이다. 우리는 매 순간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를 모두 새롭게 해석할 수 없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이나 사회적 통념을 바탕으로 미리 판을 짜놓고, 새로운 정보를 그 틀에 맞춰 해석한다. 이 과정은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오해와 편견의 뿌리가 된다. 예를 들어, 특정 외모나 배경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믿는 범주에 그들을 넣어버린다. 이는 우리의 판단을 빠르게 만들어주지만, 동시에 상대를 진짜로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다.
선이해가 많은 사람들의 심리는 불안과 자기보호의 욕구에서 비롯된다. 세상은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그 속에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통제감을 얻기 위해 우리는 미리 준비된 해석 체계에 의지한다. 이는 마치 안전망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안전망은 점점 더 단단해져, 새로운 정보나 다른 관점이 들어올 틈을 막는다. 결국, 자기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빠져, 내가 믿고 싶은 것만 골라 듣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무시하게 된다.
사회적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가족, 학교, 미디어, 사회 집단을 통해 수많은 선이해를 습득한다. 이 과정에서 ‘옳다’고 여겨지는 기준, ‘정상’이라고 치부되는 가치들이 내면화된다. 이는 집단 내 응집력을 높여주지만, 동시에 다양성과 창의성을 억누른다. 특히 권위적이고 획일적인 사회에서는 선이해가 더욱 강화된다. 개인의 경험과 감정이 집단의 통념에 묻히는 것이다.
그러나 선이해는 본질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스토아 학파는 선이해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것을 이성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이 인간의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봤다. 선이해를 의식적으로 드러내고, 그것이 정말 합리적인지, 현실에 맞는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짜 이해로 나아갈 수 있다.
선이해가 많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생각이 이미 충분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진짜 이해는 선이해를 넘어서야 한다. 가다머는 “이해는 선이해를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불편함과 불확실성을 견뎌내야 한다. 하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만 진짜 만남과 소통이 가능하다.
내가 이미 알고 있다고 믿는 것, 그 너머에 진짜 상대가 있다. 선이해의 거울을 내려놓고, 상대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듣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야말로, 우리 모두가 진짜 이해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선이해는 인간의 본능적 정보처리 방식과 사회적 학습의 결과로, 불안과 자기보호, 집단적 응집력 등 다양한 심리적·사회적 원인에서 비롯된다. 선이해가 많은 사람들은 자기확증편향에 빠지기 쉽고, 다양성을 놓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선이해를 의식적으로 점검하고 넘어서는 실천적 태도가 진정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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