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온라인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이 한국에 공식 진출했다. 2024년 4월 한국 전용 홈페이지 오픈부터 최근 팝업스토어까지, 쉬인은 초저가라는 무기로 한국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배우 김유정을 브랜드 앰배서더로 내세우며,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으려는 공격적인 마케팅도 눈에 띈다. 그러나 쉬인의 진출은 그저 또 하나의 쇼핑몰이 늘어난 사건이 아니다. 이 순간, 한국 패션 시장은 글로벌 자본과 현지 소비자의 욕망, 그리고 구조적 한계가 만나는 장이 되고 있다.
초저가, 그리고 그 너머
쉬인은 ‘중국판 유니클로’로 불린다. 5달러 스커트, 9달러 청바지, 2천 원대 티셔츠까지, 가격 경쟁력은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실제로 동일 제품이 국내 패션 플랫폼에 비해 3분의 1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이는 고물가 시대, 특히 MZ세대와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선택지로 다가온다.
쉬인의 성공 비결은 ‘테스트 후 스케일(test and scale)’ 전략이다. 인공지능(AI) 기반 트렌드 분석과 3일 만에 초도물량을 생산하는 초고속 공급망, 그리고 재고 회전일수 40일이라는 놀라운 효율성. 이는 기존 SPA(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의 4개월 이상 재고 회전일수와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쉬인은 소비자의 취향을 실시간으로 포착해, 빠르게 디자인을 바꾸고 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한국 시장, 쉬인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국은 패션, 엔터테인먼트, 문화 등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시장이다. 쉬인은 이 점을 강조하며, 한국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엇갈린다. 초저가라는 강점에도 불구하고, 품질과 저작권 침해, 유해물질 논란 등이 쉬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가 한국에서 빠르게 성장했지만, 품질 논란과 소비자 불만이 상당하다.
한국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하지만, 동시에 품질과 브랜드 경험, 디자인 오리지널리티에도 예민하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만져보고,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쉬인은 아직 오프라인 매장 운영 계획이 없고, 온라인에서만 제품을 판매한다. 이는 국내 패션 플랫폼과의 차별화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경쟁과 구조적 한계
쉬인은 국내 대형 패션 플랫폼(무신사, 에이블리, 지그재그, W컨셉 등)과 본격 경쟁에 돌입했다. 이들 플랫폼은 빠른 배송, 쉬운 반품, 현지화된 고객 서비스로 이미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쉬인은 가격 경쟁력은 있지만, 배송 속도(5~8일)나 반품 서비스 등에서 아직 국내 플랫폼에 뒤처진다. 물류 인프라 확충과 현지 파트너십이 관건이다.
또한, 쉬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관세·품질 논란, 강제 노동·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인해 이미지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해물질, 디자인 표절 등 논란이 계속될 경우, 소비자 신뢰를 얻기 어렵다. 실제로 팝업스토어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제품은 진열대에서 제외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가능성과 전망
쉬인의 진출은 한국 패션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초저가 제품은 중소 쇼핑몰, 도매시장, 그리고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패션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고,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지는 시대에 쉬인의 ‘테스트 후 스케일’ 전략은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쉬인이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서야 한다. 품질 향상, 현지화된 마케팅, 소비자 신뢰 확보, 그리고 오프라인 경험 제공 등 다양한 과제가 남아 있다. 글로벌 자본과 현지 소비자의 욕망이 충돌하는 지점, 쉬인은 그 사이에서 한국 패션 시장의 미래를 시험하고 있다.
“가격은 혁명이 될 수 있지만, 신뢰는 혁명의 연료다.”
— 알랭 드 보통, 『불안』에서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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