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원주민 학생 하나가 자기 앞에 놓인 접시를 들고 조용히 들고 나간다. 아들을 보기위해 먼 고산길을 넘어온 엄마와 식사를 나누기 위해서다. 접시를 비우고 엄마를 안고 기도를 한다.
인도네시아 파푸아 고지대, 해발 1,600미터에 자리한 와메나. 이곳은 세상의 소음과 멀다. 그러나 고요하진 않다. 항공편 외엔 어떤 외부 물자도 들어올 수 없는 이곳에선, 연료 한 방울조차 하늘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공항 앞에는 길게 늘어선 자동차들이 침묵의 행렬을 이룬다. 석유를 기다리는 이들의 표정은 무표정하지만, 그 안엔 오래된 체념과 체온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이곳엔 다른 종류의 ‘아픔의 의례’도 존재한다. 사랑하는 이를 잃었을 때, 어떤 여성들은 손가락을 자른다. 통곡의 끝에서, 몸을 찢어 고통을 공유하는 전통이다. 그것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기억을 몸에 새기는 방식이다. 그들의 손을 보면 누구를 잃었는지,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가 보인다.
“한 마디로 말해선 안 됩니다. 이건 종교 이전의 믿음이자, 공동체의 언어이니까요.”
학생들은 모두 반듯하게 교복을 입고 있지만, 눈빛은 다르다. 어떤 아이는 어머니의 손가락이 열 개가 아니었고, 어떤 아이는 일주일 이상 정글을 지나야 집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들 모두는 같은 시간표를 따라 움직이고, 같은 노래를 부른다. 고립은 이들을 나누지 못한다. 오히려 신앙과 교육은 그들을 ‘한 마음’으로 엮는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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