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각자에게 다른 속도로 떨어진다말의 무게, 침묵의 무게

높은 곳에서 떨어진 코끼리는 죽는다. 하지만 같은 높이에서 떨어진 개미는 멀쩡히 살아남는다. 질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질량이 다르면 낙하의 충격이 다르고, 생존의 가능성도 달라진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무게를 지고 산다. 어떤 이는 깃털처럼 가벼운 일상을 살고, 어떤 이는 바위처럼 무거운 현실을 끌어안는다. 실직의 무게, 이별의 무게, 병든 가족을 돌보는 무게, 꿈을 포기해야 하는 무게. 이 무게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착각한다. 모든 사람이 비슷한 무게를 지고 있다고.

같은 고통이어도, 누구에게는 파괴적인 충격이 되고, 누구에게는 그저 작은 상처로 그칠 수 있다.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따뜻한 조언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무심한 칼날처럼 느껴질 수 있다. 같은 현실도 삶의 무게에 따라 다르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충격량’을 가늠하지 못한 채, 가벼운 말 한 줄로 그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마치 자신의 체중을 기준으로 세상의 모든 생물을 판단하는 코끼리처럼, 혹은 개미처럼 아무렇지 않게 말을 던진다. 하지만 타인의 삶에는, 우리가 모르는 무게가 얹혀 있다. 보이지 않는 짐, 지워지지 않는 기억, 남모를 책임감, 고요한 절망 같은 것들이다.

그러니 말과 행동에 신중해야 한다. 조심스러움은 비겁함이 아니다. 타인의 낙차를 상상하는 능력, 그것이 공감이다. 우리는 서로의 무게를 완전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함부로 던지지 않을 수는 있다. 위로란,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무릎을 꿇고 그 사람의 낙차를 함께 감당해보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살면서 누구나 떨어진다. 중요한 건, 누구와 함께 떨어지는가다. 그리고 떨어진 그 자리에, 누가 나를 부드럽게 받아주는가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중력이다.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 이해와 공감이라는 이름의 중력. 이 중력 안에서는 코끼리도 개미도 모두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다.

오늘도 누군가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있다. 그 사람이 혼자 떨어지지 않도록, 우리의 말과 행동에 조심스러운 무게를 실어보자. 그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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