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섭섭한 일이 있었을 때, 그 사람이 틀렸다는 걸 온 힘을 다해 증명하고 싶을 때, “두 번 다시 안 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싶을 때, 우리는 종종 ‘마지막 말’을 너무 쉽게 내뱉는다.
“계약은 여기까지입니다.”
“이 일은 더 이상 추진할 수 없습니다.”
“그쪽이 먼저 신뢰를 깼습니다.”
“선을 넘지 마세요!”
그리고 그 순간, 속은 조금 후련해진다. 마치 내가 원칙을 지키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내 감정을 표현했다는 데에서 잠시 해방감을 얻는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된다. 삶은 그렇게 단선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걸.
계약이 깨졌어도, 서로 등을 돌렸어도, 세상은 생각보다 좁고 인연은 생각보다 질기다. 그 사람을 다시는 안 볼 줄 알았는데, 다른 자리에서, 다른 이유로, 또 마주치게 된다. 새로운 일의 협력자로, 공적인 자리의 이해관계자로, 혹은 제3자를 통한 영향력으로.
그때 떠오르는 건 마지막 말이다. 단호하게 잘라낸 그 문장의 모서리. 그 말이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고, 내가 너무 성급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일을 정리할 때도, 관계를 접을 때도, 단호함 뒤에 여운 하나쯤은 남겨두는 게 좋다.
“지금은 어렵지만, 언젠가 다시 이야기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일단 여기서 잠시 멈추겠습니다만, 이후 상황은 서로 지켜보죠.”
이런 문장 하나가, 훗날의 다리를 남긴다.
마지막 말은 결론이 아니라, 가능성의 여백일 수 있다. 인간사엔 항상 다음 장면이 있다. 떠날 땐 부드럽게, 정리할 땐 품위를 남겨야 한다. 돌고 도는 세상, 너무 단호한 결말은 결국 내 발목을 잡는다. 그러니, 마지막 말은 항상 여운처럼 남겨두자. 끝은 예상보다 자주 다시 시작이 된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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