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망관리(遽忘觀理)” ― 분노를 서둘러 드러내지 말고, 먼저 이치를 살피라는 뜻이다. 《후한서(後漢書)》, 《대학연의(大學衍義)》 등의 유교 경전과 사서 속에서 이 성어는 자주 등장하며, 특히 군자다운 태도와 통치자의 자질로 강조되었다. 여기서 ‘遽(거)’는 ‘성급히, 급히’라는 뜻이고, ‘觀理(관리)’는 ‘사리(事理)를 살펴본다’는 의미다.
고대의 어진 임금은 진노보다 관찰을 앞세웠다. 누군가의 실수 앞에서 즉각 벌을 내리기보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그 이면에 어떤 맥락과 구조가 있었는지를 먼저 보았다. 잘못을 책망하기보다, 원인을 해부하고 구조를 고치는 쪽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그의 분노는 정의로웠고, 처분은 신뢰를 얻었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 빨리 반응한다. 메신저의 말 한 줄, 누군가의 표정 하나에도 금세 오해하고, 불쾌하고, 선을 긋는다. ‘지금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상대를 몰아세우고, ‘감정적 반응’이라는 이름으로 분노를 합리화한다. 그러나 거망관리는 말한다. 반응은 언제나 판단보다 빨리 오지만, 판단은 반드시 이치를 따라야 한다고.
단 3초, 숨을 고를 여유가 필요하다. 그 짧은 시간에 감정을 내려놓고 구조를 보면, 나를 자극한 것은 상대의 말이 아니라 내 안의 해석이라는 걸 알게 된다. 때로는 나의 분노가 옳지 못해서가 아니라, 맥락을 충분히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거망관리란 결국, 나의 기분보다 이치의 질서에 귀를 기울이는 태도다. 감정의 기세를 지혜의 눈으로 다스리는 일. 그것은 약함이 아니라, 가장 강한 절제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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