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말끝에 ‘~플러팅’을 붙인다. 숨쉬기 플러팅, 눈웃음 플러팅, 손인사 플러팅. 특별한 의도 없는 사소한 행동에도 의미를 살짝 얹어 장난처럼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가벼운 농담이지만, 언어가 하는 일은 가볍지 않다. 밈은 리듬을 만들고, 리듬은 인식을 바꾼다. 그리고 나는 이 장난스러운 접미사가 이해관계로 얽힌 사업의 자리에도 종종 출몰한다는 사실에 눈길이 멈췄다. 회의 초반의 따뜻한 악수와 “상생하자”는 미소, “조만간 파일럿 열자”는 가벼운 약속, “데이터는 추후 공유”라는 말의 미끄러짐. 무엇이 진짜 신호이고, 무엇이 그럴듯한 플러팅인지, 우리는 그 경계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사업의 ‘플러팅’은 대개 의미의 여지를 넓혀 둔다. 의도를 확정하지 않은 채 기대만 끌어올린다. 말은 부풀고, 해석은 각자에게 맡겨진다. “협업”은 당장 계약을 뜻하지 않고, “파트너”는 법적 관계를 보장하지 않으며, “상생”은 비용 분담표를 자동 생성하지 않는다. 정작 필요한 순간이 오면, 언어의 부피는 줄어들고 조항의 문장이 등장한다. 그래서 나는 회의가 무르익을수록 그들이 무엇을 말하는지보다, 무엇을 지불하는지를 본다. 시간을 내는가, 데이터를 여는가, 리스크를 함께 떠안는가. 말에는 값이 있다. 값이 없는 말은 대부분 플러팅이다.
이때 애매함은 전략이 된다. 확답을 미루면서도 감정의 온도를 높이고, 거래의 문턱을 낮춘다. ESG를 외치되 실제로는 공급망의 그림자를 외주화하고, AI 협력을 선언하되 모델과 데이터의 핵심은 끝내 내놓지 않는다. 발표장에서는 연애편지처럼 들리지만, 막상 계약서에는 감정의 문장이 없다. 나는 이 장면을 ‘의미의 인플레이션’이라 부르고 싶다. 칭호는 높고, 책임은 낮다. 표정은 밝고, 보장은 비어 있다. 플러팅이 길어지면, 관계는 가뿐해지고 사업은 가벼워진다. 가벼움은 종종 위험을 감춘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나. 대단한 비법은 없다. 마음을 닫으라는 말도, 모든 약속을 의심하라는 말도 아니다. 다만 리듬을 조절하자. 감탄은 빠르게, 합의는 천천히. 선언은 가볍게, 증거는 무겁게. “좋습니다” 다음 줄에 “그럼 어디까지 여실 건가요”를 붙이고, “곧”이라는 미래형에는 오늘의 날짜를 얹자. 상대가 예쁘게 미소 지을 때, 우리는 조용히 계산서를 가져와 본다. 말과 비용이 나란히 서 있는지 확인하면 된다. 진짜 의도는 언제나 비용의 자리에서 들킨다.
사업의 플러팅은 연애와 닮았다. 사소한 친절은 마음을 움직이고, 작은 배려는 신뢰를 키운다. 그러나 고백은 결국 책임의 언어여야 한다. 적정한 불확실성과 정당한 모험은 우리의 일상을 앞으로 밀지만, 과잉의 애매함은 관계를 후퇴시킨다. 당신에게 다가오는 그 말이 ‘매력 어필’인지 ‘리스크 분산’인지, 그들에게서 무엇이 빠져 있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내어주려 하는지. 질문을 늦추지 말자. 플러팅이 나쁜 것이 아니라, 플러팅으로만 유지되는 사업이 위험한 것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말끝에 ‘~플러팅’을 얹어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그 말의 온기는 받아도 좋다. 다만 그 다음 줄에 숫자와 날짜, 범위와 책임을 적어 넣자. 언어의 리듬에 취하되, 계약의 박자를 잃지 않는 것. 그 균형이 살아 있는 곳에서만, 관계는 낭만을 잃지 않고 사업은 현실을 얻는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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