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뷰티 시장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초저가 화장품의 대중화’다.
4950원, 3900원, 심지어 2000원대까지 가격을 낮춘 기획형 화장품들이 대형 유통사와 함께 본격 출시되었고, 이들은 단지 저렴한 제품이 아니라 ‘선택의 중심’이 되었다.
이마트의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시리즈는 6개월 만에 13만 개 판매, 무신사의 PB 브랜드는 출시 2주 만에 완판, 다이소는 90% 이상 매출 증가와 함께 화장품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브랜드가 아닌 기능 중심 소비자 구조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브랜드가 주는 환상이 아니라, 성분표와 리뷰, 효능이 소비를 이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오랜 편견을 걷어내고, ‘싼 게 실속’이라는 실용주의 소비 패러다임이 도래한 것이다.
브랜드 권위의 붕괴와 유통 주도 시대의 개막
초저가 화장품 열풍의 핵심은 브랜드의 위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소비자가 화장품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본 것은 ‘브랜드’였다. 그러나 지금은 ‘성분’, ‘후기’, ‘1g당 가격’, ‘바르는 감’이 브랜드를 이긴다.
여기에 더해, 생산보다 유통이 중심이 된 구조가 눈에 띈다. 이마트, 다이소, 무신사는 전통 화장품 기업의 패권을 무너뜨리고, 자체 브랜드 기획력 + OEM 생산 + 저비용 마케팅 + 온라인 리뷰 확산이라는 신유통 뷰티 생태계를 완성했다.
이 흐름은 뷰티만의 일이 아니다. 앞으로 식품, 의류, 가전, 생활용품 전반에서 브랜드의 권위는 약화되고, ‘누가 만들었는가’보다 ‘어디서 기획했는가’가 중요한 소비 지표가 된다.
싸되 진심이어야 한다
초저가 뷰티의 등장은 단순한 ‘저가화 트렌드’가 아니다. 이는 한국 소비자의 소비관, 브랜드관, 가치관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가장 큰 변화는 이 소비 흐름이 K-뷰티의 미래를 다시 쓰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에서 K-뷰티는 더 이상 ‘화려한 디자인’이나 ‘한류 마케팅’으로만 통하지 않는다.
품질, 리뷰, 실제 사용 후기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이제 K-뷰티는 ‘고급화 전략’과 ‘초저가 실용주의’라는 양 극단을 모두 품어야 한다.
그 중심에 ‘진심’이 있어야 한다.
가격은 낮아도, 성분은 정직해야 한다.
포장은 단순해도, 효능은 검증되어야 한다.
유통은 간결해도, 커뮤니케이션은 투명해야 한다.
초저가의 혁명은 가격이 아니라, 신뢰로 완성된다.
“싸다”는 말은 더 이상 부족함의 표현이 아니다.
2025년의 소비자는 묻는다.
“싼데 왜 이리 좋아?”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어떤 브랜드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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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brian@hyuncheong.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