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육 시장에는 이상한 유행이 있다.
“AI 마케팅 강의”라는 이름 아래,
GPT와 미드저니, 노션AI, 채널톡, 챗봇 자동화 등의 도구를
한두 시간 만에 배우고, “당장 써먹을 수 있다”는 식의 콘텐츠들이
너무 손쉽게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강의들의 공통점은
도구를 빠르게 소개하는 데 집중하면서,
정작 그 도구가 어떤 철학으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한계를 갖고 있는지,
어떻게 장기적으로 내 비즈니스에 통합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도구는 쓰이지만 이해되지 않고,
기술은 소비되지만 존중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AI’라는 단어는
기술이 아닌 유행어로 격하된다.
문제는 이 유행어가
사람들로 하여금 ‘나도 AI를 안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몇 개의 툴을 알고 있다는 것이
AI를 안다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AI를 안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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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리가 어떤 데이터로부터 훈련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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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값이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 도출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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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 어떤 편향과 오류가 개입할 수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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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사고를 어떻게 보완하고, 어디서 멈추어야 하는지를
함께 아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의 많은 AI 마케팅 강의는
이 모든 맥락을 삭제한 채,
도구 몇 개의 기능을 익히고,
자동화한 뒤 수익 퍼널을 구성하는 것만을 강조한다.
AI는 도구다.
하지만 도구는 언제나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망치를 든 사람은,
그 망치가 벽을 깨는 데 쓰일 수도,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데 쓰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AI를 쓴다는 것은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그 무언가를 ‘왜 만들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의 강의는
도구의 사용법만 알려주고,
그 도구가 인간의 언어, 노동, 창의성, 사회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고민은 모두 생략해버린다.
그 결과,
AI는 기술이 아니라
트렌드가 되고, 트렌드는 곧 피로로 바뀐다.
어떤 기술이든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채 사용되면,
그 기술은 소진된다.
“AI 써봤는데 별거 없더라.”
“GPT 써도 결국 사람이 손 봐야 하잖아.”
이런 말들이 나오는 이유는
기술의 문제라기보다,
기술을 다루는 교육 콘텐츠의 깊이 부족에 더 가깝다.
AI 마케팅 강의가 정말 가치 있으려면
툴을 알려주는 것에서 멈추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그 툴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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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조직의 일 방식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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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커뮤니케이션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유지되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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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가능한 콘텐츠 생산과 인간 중심 스토리텔링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필요하다.
기술은 도구지만,
도구를 도구로만 쓰는 사람과,
도구를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는 사람은 다르다.
AI는 마케팅을 자동화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 어떤 콘텐츠를 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할 것인지에 대한
다시 묻는 거울이어야 한다.
AI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AI를 통해 스스로를 다시 배우는 것이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AI는 ‘망쳐지는 유행어’가 아니라,
의미 있는 도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mail: brian@hyuncheon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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