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글: 김현청(Hyuncheong KIM)

놓아줄 용기나를 지키기 위해 관계의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우리에게는 우리를 시들게 하는 땅에서 걸어 나올 권리가 있다. 그 마침표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관계를 비워낸 그 자리에, 비로소 나 자신과 건강하게 마주할 공간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우리는 타인과 진정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우게 될 것이다. 당신은 오늘, 당신의 영혼에 어떤 물을 주고 있는가?

조용한 퇴사, 시끄러운 질문‘성실’은 어떻게 우리를 배신했는가

조용한 퇴사는 개인의 나태함이 아닌, 성실의 가치가 더 이상 정당한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사회 구조에 대한 합리적 저항이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이었던 ‘무한 헌신’이 오늘날 ‘번아웃’과 ‘착취’로 귀결되면서, 젊은 세대는 노동과 삶의 경계를 재설정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노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사회 전체의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시끄러운 질문이다.

반응하지 않을 권리모든 파도에 흔들릴 것인가, 굳건한 등대가 될 것인가

세상의 모든 소음에 응답할 의무는 우리에게 없다. 때로는 침묵이 가장 명료한 답변이고, 무반응이 가장 현명한 대응일 수 있다. 나의 평온함을 깨뜨리는 자극 앞에서 잠시 멈추어 서자. 그리고 조용히 스스로에게 묻자. “이것은 나의 소중한 감정 에너지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 일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불필요한 감정의 낭비에서 벗어나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될 것이다.

악마를 사냥하는 아이돌K팝은 어떻게 스스로를 구원하는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서사는 K팝 산업의 자기 성찰적 메타비평이다. 이야기 속 ‘악마’는 불공정 계약, 과도한 통제, 악성 팬덤 등 K팝 시스템의 구조적 병폐를 상징한다. 아이돌이 직접 이 악마를 ‘사냥’하는 것은 수동적 상품이기를 거부하고, 법적 투쟁이나 창작 활동을 통해 자신의 서사를 되찾으려는 주체적 아티스트로의 성장을 은유한다.

순수함만으로는 판을 지킬 수 없다정치에는 정치로—명분과 실리, 지혜와 순결

결국 판을 바꾸는 것은 큰 목소리가 아니라 정확한 절차, 즉흥의 열기가 아니라 길게 쌓인 신뢰여야 한다. 수수함은 태도이고, 전략은 책임이다. 좋은 목적은 좋은 방법을 요구한다. 원칙을 전략으로 만들고, 절차를 공익의 기술로 바꿀 때,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그 자리는 다시 제 이름을 되찾는다.

선한 싸움의 기술진흙탕 속에서 꽃을 피우기 위한 변명, 혹은 다짐

순수한 의도만으로 공동체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이 최근의 경험을 통해 무너졌다. 일부 정치적 행위자들이 원칙을 훼손하며 신성한 합의의 장을 오염시키는 것을 목격하며, 선의를 가진 이들의 정치적 무능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 이제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새긴다. 명분과 실리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선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진흙탕에 들어가 싸우는 ‘정치적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다. 순수함은 치열한 현실 속에서 싸워 이길 때 비로소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슬세권, 슬리퍼가 길을 재는 도시집에서 반경 십오 분, 편의가 철학이 될 때

슬세권은 편의의 신조어가 아니라 시간 회수의 기술이다. 집 근처에서 삶을 완결하는 능력은 개인의 게으름이 아니라 도시의 성숙이다. 다만 편의만 높이면 동네는 쇼핑 목록이 되고, 공공성의 온도가 떨어진다. 슬리퍼로 닿는 반경 안에 생존 인프라, 머물고 싶은 제3공간, 서로를 부르는 이름을 채워야 한다. 가까움이 편의를 넘어 관계가 될 때, 동네는 생활권에서 생활공동체가 된다.

홀로 서는 용기: 신독(愼獨)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만드는 시간

신독은 타인의 시선이 없는 순간에도 자신의 행동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태도다. 이는 공적 자아와 사적 자아의 간극을 줄이고, 외적 평가에 흔들리지 않는 내적 견고함을 쌓는 용기이자 실천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극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한 ‘작업실’에서의 치열한 노력을 통해, 개인의 성장을 넘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중꺾마, 패배가 잠시 빌려가는 시간포기하지 않겠다는 한 문장이 삶의 전략이 될 때

‘중꺾마’는 패배를 지우는 주문이 아니라 패배를 견디는 기술이다. 결과의 속도를 늦추고, 실패가 준 좌표로 방향을 고치며, 차가운 반복으로 작은 승리를 쌓아라. 꺾이지 않는 마음은 기질이 아니라 리듬이다. 오늘의 한 판 더, 한 줄 더, 한 걸음 더가 내일의 표정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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