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김은재는 SM엔터테인먼트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로부터 10년.
수많은 평가, 오디션, 트레이닝,
그리고 ‘기다림’이라는 이름의 통과의례.
그러나 25세의 마지막 선택 앞에서
그는 ‘데뷔 불가’ 통보를 받는다.
이유는 단순했다.
“나이가 많다.”
그 말 한마디가,
그가 10년간 준비해온 무대의 문을 닫았다.
그러나 그는 주저앉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끊임없이 무대를 준비해온 그는
‘보여주는 사람’에서 ‘만드는 사람’으로 방향을 틀었다.
2017년, SM 송캠프에서
그는 작곡가로 첫 발을 내디뎠다.
신사동호랭이, 앤드류 최.
그의 가능성을 먼저 알아본 이들이 있었다.
김은재는, 음악을 포기한 게 아니라
‘역할’을 바꾼 것이었다.
그의 예명은 EJAE.
이제 사람들은,
레드벨벳의 ‘사이코(Psycho)’를 통해 그의 이름을 기억한다.
정제된 멜로디, 날카로운 감정의 결,
치밀한 구조 속에서도 살아 있는 리듬.
그는 무대에 서지 않고도, 무대를 움직였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의 작곡가 다니엘 로하스로부터 연락이 왔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K-Pop Demon Hunters』
새로운 K-팝 세계관을 만들 팀이 꾸려지고 있었다.
그는 2020년 말, 그 대열에 합류한다.
처음엔 작곡가였다.
하지만 매기 강 감독은 그의 데모를 듣고 말했다.
“당신이 직접 불러주세요.”
그렇게 EJAE는 주인공 ‘루미’의 목소리가 된다.
그리고 2023년.
그가 직접 작곡하고, 직접 부른 곡,
「Golden」이 발매된다.
노래는 폭발적이었다.
3옥타브를 넘나드는 A5 고음,
섬세하면서도 단단한 감정의 밀도.
빌보드 핫100 1위.
멜론 차트 1위.
한때 “늦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던 그는
이제 전 세계 수백만의 마음을 움직이는
K팝 유니버스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돌아보면,
그의 이름을 지운 것도 ‘시간’이었고
그를 다시 부른 것도 ‘시간’이었다.
인생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
처음엔 연습생에서 밀려난 일이 불운처럼 보였지만
그 시간을 통해 그는 더 깊은 언어,
더 넓은 무대를 얻게 되었다.
남들은 ‘운명’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진실은 단순하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사람은 자신이 머문 자리에서 피어난다.
속도를 포기하는 대신, 방향을 잃지 않았던 그.
김은재, 예명 EJAE.
그는 이제, 다시 ‘무대 위’를 준비하고 있다.
그때와는 다른 자리,
다른 리듬, 다른 목소리.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건
처음 그 마음 그대로다.
“당신이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포기하지 않은 자는 결국 자기 무대에 도착한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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