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정치의 다음 세대는 어디로 가는가권력의 유산을 넘어, 시민의 시대를 설계할 수 있는가

정치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시대를 설계하는 지도다. 우리는 그간 이 거울을 보며 분노했고, 이 지도를 따라가며 실망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이 거울은 누구를 비추고 있는가?”
“이 지도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가?”

 

낡은 정치, 뿌리째 흔들리다

오늘의 한국 정치는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이름표를 빌려온 허깨비들에 의해 유린되고 있다. 정체성과 철학은 사라진 채, 권력을 위한 동맹과 배신, 책임지지 않는 말 폭탄만이 무대 위에 남았다. 국민은 그 무대를 내려다보며 묻는다.
“당신들은 누구를 대표하는가? 우리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당신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물음은 어느 날, 국가의 심장부를 흔드는 충격으로 돌아왔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과 2023년 윤석열 정부의 계엄 문건 논란은 단순한 정치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 사회가 여전히 민주주의라는 이름 아래 어떤 병을 숨기고 살아왔는지, 그 은폐된 실체들을 드러낸 거대한 X선 촬영과도 같았다.

계엄령과 탄핵이라는 국가 비상 사태는,
검찰 권력의 야욕,
사법부의 이중 잣대,
정치권의 몰상식과 야합적인 행태,
그리고 종교계의 타락과 부패까지—
한국 사회에 곪아 있던 모든 암적인 요소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것은 일종의 해부학적 계시였다.
엘리트로 위장한 시험 잘 봤던 무뢰한들,
지식인으로 포장한 권력 사모자들,
종교인의 탈을 쓴 사이비 영매들,
정의로운 시민 코스프레를 한 기회주의자들.

이들이 국가 운영의 중추를 점유하며,
제도를 사유화하고, 공공을 착취하고,
시민 위에 군림하려 했던 구조가
한순간, 적나라한 조명을 받은 것이다.

그리하여 역설적으로,
계엄령이 가져온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이들 ‘거짓된 권위의 얼굴들’을 낱낱이 드러내었다는 사실이다.
더는 숨을 수 없다. 더는 ‘권위’라는 말로 자기의 탐욕을 가릴 수 없다.

 

대의민주주의의 위기, 참여민주주의의 재편

한국 사회는 지금, 한 시대의 장례를 치르는 중이다.
그것은 ‘대의정치’라는 허울 좋은 기표의 퇴장식이며,
동시에 시민 주권 시대의 서막이다.

2030과 Z세대는 기존의 정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그들은 정당이 아니라 이슈에 반응하고,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를 감시하는 시민’으로서
스스로를 정의한다.

이것은 투표로만 대리되는 민주주의가 아닌,
실시간 피드백과 실명 비판,
온라인 행동주의와 지역 참여를 통해 이루어지는
참여형 민주주의의 진화된 형태다.

우리는 더 이상 정치인이 민심을 ‘대변한다’는 말에 속지 않는다.
그들이 무엇을 말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침묵했는지를 보며 진정성을 판단한다.

이제 정치의 중심은 국회도, 청와대도 아니다.
그 중심은 데이터와 광장, 소셜 미디어와 독립 언론,
그리고 깨어 있는 시민의 마음 한가운데 있다.

 

다음 정치, 윤리와 서사로 경쟁한다

다음 세대의 정치인은 이제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삶이 서사이고, 선택이 윤리인 사람이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자신의 태도로 견디며,
권력을 향한 유혹보다 자기 삶의 일관성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
정치가 곧 자아를 드러내는 방식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헌신임을 알고 살아가는 사람.
그런 이들이 새로운 정치의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표가 아니라 신뢰를 받는다.
SNS의 팔로워 수가 아니라,
누구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정치적 자산이 된다.

새로운 정치는 ‘설계하는 자’가 아니라, ‘동행하는 자’다
정치는 더 이상 ‘이끌어가는 리더십’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함께 듣고, 함께 실패하고, 함께 책임지는 정치가
신뢰를 얻는 시대다.

더디지만 분명한 변화의 길목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당신은 누구와 함께 정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그 누구도 다음 세대의 정치를 말할 자격이 없다.

 

K-정치의 다음 세대는 이렇게 태어난다

이제 한국 정치의 미래는 누구의 책상 위에도, 누구의 머리 속에도 없다.
그것은 광장에 있었고, 지금도 사람들 속에 있다.

촛불로 시작된 혁명은 단 한 번의 정권 교체가 아니라,
계속해서 권력의 정체를 밝히는 작업이며,
다시 어둠이 오면 불을 밝히는 반복적 실천이다.

그러므로,
K-정치의 다음 세대는 승리하는 정치가 아니라, 살아남는 정치이며,
떠받드는 정치가 아니라, 깨어 있는 시민의 기민함 위에 세워진 정치다.

정치의 언어가 다시 사람의 언어가 되고,
공동체가 다시 제도보다 위에 설 때,
그때 우리는 진정으로 K-정치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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