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소깍
유난히 맑고 푸른 물빛. 쇠소깍의 에머랄드빛 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청량한 기분이 든다. 라오스의 블루라군, 멕시코의 칸쿤, 보라카이의 화이트비치 등 이국의 물빛의 비견해도 지지 않는 천연의 색이다. 이 물빛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쇠소깍은 강과 바다의 경계에 있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발원한 물은 남쪽으로 흘러 효돈천을 이루었다. 물이 흐르지 않은 곳은 오랜 기간 하식작용을 통해 V자형 계곡이 형성되고, 수십만 년 전 분출한 용암은 기괴암석을 만들었다. 해변에는 풍화작용으로 잘게 부서진 현무암들이 쌓여 검은 모래와 자갈이 생겼다. 여기에 하구에서 솟아나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깊은 웅덩이를 이루어 ‘쇠소깍’이
만들어졌다.
쇠소깍에 온 사람들은 모두 물을 바라본다. 산책로를 걸으며, 혹은 물 가운데서. 바라보고 바라봐도 다시 보고픈 쇠소깍의 물빛. 그 물빛을 더 가까이 보고 싶어 ‘테우’라는 제주 전통배에 오른다. 물 위로 나무배가 천천히 움직인다. 깊고 청명한 물을 바라본다. 물속에 아른거리는 빛이, 그 깊은 수심이 쇠소깍의 물색을 만든 건 아닐까. 혹은 제주 땅이 품고 있던 맑은 물이, 상쾌한 바람이 쇠소깍의 물색을 만드는 걸까. 고개를 숙여 가까이에 있는 물을 보기도 하고 저 멀리 풍경처럼 물빛을 감상하기도 한다. 쇠소깍에서도 시간과 시선, 공간에 따라 물빛은 저마다의 색채를 띤다. 이따금씩 물속에서 노니는 숭어 떼가 툭 튀어나온다. 고개를 들면 독특한 얼굴의 기암괴석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펼쳐 지고, 저기 손에 닿을 거리에는 바다가 놓여있다.
김현청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mail: brian@hyuncheon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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