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물빛은 어디서,

쇠소깍

색(COLOR)이란 무엇일까. 사전은 이렇게 정의한다.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사물의 밝고 어두움이나 빨랑, 파랑, 노랑 따위의 물리적 현상.’ 저마다의 빛깔로 나누어진 차이.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보지 못한 사람들은 색을 알 수 없다. 색은 도무지 말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직 눈으로 보아야만 한다. 쇠소깍의 물빛을 말로는 담을 수 없는 것처럼.

 

유난히 맑고 푸른 물빛. 쇠소깍의 에머랄드빛 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청량한 기분이 든다. 라오스의 블루라군, 멕시코의 칸쿤, 보라카이의 화이트비치 등 이국의 물빛의 비견해도 지지 않는 천연의 색이다. 이 물빛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쇠소깍은 강과 바다의 경계에 있다. 한라산 백록담에서 발원한 물은 남쪽으로 흘러 효돈천을 이루었다. 물이 흐르지 않은 곳은 오랜 기간 하식작용을 통해 V자형 계곡이 형성되고, 수십만 년 전 분출한 용암은 기괴암석을 만들었다. 해변에는 풍화작용으로 잘게 부서진 현무암들이 쌓여 검은 모래와 자갈이 생겼다. 여기에 하구에서 솟아나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깊은 웅덩이를 이루어 ‘쇠소깍’이
만들어졌다.

쇠소깍에 온 사람들은 모두 물을 바라본다. 산책로를 걸으며, 혹은 물 가운데서. 바라보고 바라봐도 다시 보고픈 쇠소깍의 물빛. 그 물빛을 더 가까이 보고 싶어 ‘테우’라는 제주 전통배에 오른다. 물 위로 나무배가 천천히 움직인다. 깊고 청명한 물을 바라본다. 물속에 아른거리는 빛이, 그 깊은 수심이 쇠소깍의 물색을 만든 건 아닐까. 혹은 제주 땅이 품고 있던 맑은 물이, 상쾌한 바람이 쇠소깍의 물색을 만드는 걸까. 고개를 숙여 가까이에 있는 물을 보기도 하고 저 멀리 풍경처럼 물빛을 감상하기도 한다. 쇠소깍에서도 시간과 시선, 공간에 따라 물빛은 저마다의 색채를 띤다. 이따금씩 물속에서 노니는 숭어 떼가 툭 튀어나온다. 고개를 들면 독특한 얼굴의 기암괴석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펼쳐 지고, 저기 손에 닿을 거리에는 바다가 놓여있다.

 

 


김현청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mail: brian@hyuncheon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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