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켄안에 돼지

Noken

무심결에 파푸아 원주민 여인의 뒤를 따라가다가는 소스라치게 놀랄 수도 있다. 바로 노켄(Noken)안에서 몸을 비틀며 소리를 질러대는 돼지 때문이다.

 

노켄은 파푸아 인근에서 나무섬유를 이용해 그물처럼 짠 공예품이다. 일반적으로 원주민들은 이 노켄에 수확한 농작물이나 나무땔감을 나르거나 새끼돼지나 어린 아기들을 데리고 다닌다. 이외에도 노켄의 용도는 다양하다. 성인식이나 지도자임명식 등 축제를 위한 용품, 전통의상의 액세서리, 물건이나 집안의 가보를 매달아 보관하기도 하며 여성들의 몸을 가리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청혼 선물이나 부족간의 분쟁 후 화해를 위한 선물로 이용된다.

 

노켄을 만드는 방법은 부족과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관목의 여린 줄기나 나뭇가지와 껍질을 물에 불려 섬유질을 발라내고 이것을 말린 다음 염료 등으로 채색을 한 후 손으로 그물모양 매듭을 지어 다양한 크기와 종류로 만들어 낸다.

 

하지만 현재 노켄을 이용하는 사람의 수도 줄어들고 있으며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경우도 드물어지고 있다. 공산품 가방이 원주민들 사이에도 보급되고 있으며 노켄 제작 역시 손이 많이 가는 전통 방식보다는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나일론 끈을 이용해 제작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켄은 파푸아 원주민들의 일상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활용품이자 패턴과 장식에 따라 부족이나 사회적인 지위를 나타내기도 한다. 때문에 노켄에는 파푸아의 예술적인 감각과 정체성이 녹아들어 있다. 윗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술과 정성이 재료, 형태, 패턴, 색상 등으로 부족마다 특성이 녹아들어 있다.

 

노켄은 파푸아의 변화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정글이 개발되고 외지의 문화가 들어서면서 노켄의 활용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노켄의 재료를 준비해 만들기도 어려울뿐더러 노켄 만드는 법을 배울 아이들도 모두 학교에 다닌다. 노켄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공산품도 다양하다. 이제 파푸아에서는 노켄을 만들며 계승되어 온 조상들의 이야기와 부족의 자부심, 파푸아의 전통노래도 사라지고 있다.

김현청 brian@hyuncheong.kim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파푸아는 삶의 모든 것이 녹아들어 있다.
파푸아를 여행하면 삶의 경이로움과 허무함을 마주하게 된다.
선택은 여행자의 몫이다.

 

 

“햇빛은 달콤하고, 비는 상쾌하고, 바람은 시원하며, 눈은 기분을 들뜨게 한다. 세상에 나쁜 날씨란 없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은 날씨만 있을 뿐이다.” -존 러스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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