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담쓰談 11]
파푸아의 정글에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 깊게 들은 말은 극락조(極樂鳥), 바로 천국의 새(Birds of Paradise)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파푸아 정글에 머무는 10여일 동한 천국의 새가 존재 한다는 신비로운 이야기와 정글의 경이로움에 여행의 재미도 한껏 고조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천국의 새에 대한 이야기는 원주민들의 전쟁축제에서 사용하던 그들의 머리 장식을 통해 금세 서글픈 이야기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아마존 정글과 더불어 파푸아는 세계 자연생태의 보고입니다. 1만종이상의 식물과 400종 이상의 나비와 양서류가 각각 서식합니다. 파푸아에는 600종이상의 희귀조류가 살고 있습니다. 화려한 모습과 특유의 구애행동으로 세상에 알려진 천국의 새를 비롯해 날지 못하는 거대한 화식조, 정원을 만드는 바우어새, 코뿔새, 코카투앵무새류를 비롯해 온갖 희귀하고 아름다운 새들의 천국입니다.
이런 새들, 특히 천국의 새는 파푸아 300여 원시부족의 축제를 위한 장식품과 잔치에 사용될 예물로 포획되고 있다. 남자들은 축제와 잔치를 위해 신분에 따라 천연염료와 새의 화려한 깃털로 치장을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천국의 새의 또 다른 이름인 ‘다리 없는 새(footless)’라는 이름이 생겨납니다. 원주민들은 짝짓기를 위해 보금자리를 만드는 천국의 새를 잡아 도망가지 못하도록 다리를 잘라내고 우리에 가두었습니다. 이렇게 우리에 갇힌 다리 없는 새를 본 유럽인들은 실제로 이 새가 다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천국의 새’를 ‘다리 없는 새’라고 불렀습니다.
이 다리 없는 새의 이야기는 그 후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만들어 냅니다. 한국인들에게도 친숙한 ‘아비정전’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장국영이 홀로 맘보댄스를 추기 전 침대에 누워 독백을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다리 없는 새가 있어. 이 새는 나는 것 외에는 알지 못했지. 새는 날다가 지치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잠이 들지. 이 새가 땅에 몸이 닿는 날은 생애에 난 하루, 그 새가 죽는 날이라네.”
다리 없는 새, 극락조는 파푸아뉴기니, 호주북부 소수지역에 서식하고 있으며 현재 40여종이 확인되었지만 구애를 위해 화려한 깃털을 진화시키고 격정적인 춤을 춘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바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천국의 새가 화려한 깃털을 하고 기이한 춤을 추는 것과 암컷을 위한 정원을 꾸미고 정자를 짓는 것은 종족보존을 위한 암컷을 불러들이기 위한 행동입니다. 천국의 새는 살기위한 정원과 둥지가 아닌 오직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집을 짓고 정원을 만드는 것입니다.
천국의 새는 평생의 삶을 투자하며 살지도 못할 거처(Bower)를 마련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개와 색상으로 자신을 치장합니다. ‘다리 없는 새’의 이야기는 우리의 인생과 너무 닮아 있습니다.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과 사랑을 추구하는 삶의 이야기가 탐욕과 허영의 이야기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은 다리가 잘려 평생 하늘을 날아다닐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에서는 평생 평안과 안식을 모르고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상실한 현대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날기를 요구합니다. 어린 자녀들에게는 튼튼한 날개를 가져야 한다며 날갯짓을 다그칩니다. 젊은이들에게는 하늘높이 상공을 향해 끊임없이 비상하라고 합니다. 가장들에게는 더 많은 날갯짓을 하며 삶의 정글을 날아다니라고 합니다. 그 누구도 날개를 접고 쉬라고 하는 것에는 인색합니다. 한시라도 날지 않으면 불안해합니다.
날아오르며 맞는 바람과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땀방울 맺힌 이마를 씻어줄 바람은 다릅니다. 쉼 없이 날아오르는 것만이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도약을 위해서는 잠간의 쉼이 필요하며 심신이 지칠 대로 지져있다면 역시 쉼이 필요합니다.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더 많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잘 쉬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공하는 사람은 더 잘 일하기 위해 여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사람은 그럴 여유가 없어서 쉬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멋진 정원과 잘 지어진 보금자리, 화려한 날갯짓을 하는 ‘천국의 새’가 아니라 날다가 지쳐도 바람 속에서 쉬어야 하는 ‘다리 없는 새’가 아닐까요?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일에만 몰두 할 수 없습니다. 쉼은 재탄생입니다. 쉼에 대한 경직적인 생각에서 벗어난다면 삶은 훨씬 풍요롭고 행복해집니다.
김현청 / brian@hyuncheong.kim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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