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당신답게 살아보세요

[쓰담쓰談 14]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누구나 잘 아는 동요의 가사입니다. 그런데 이 동요의 개사버전이 있습니다. “텔레비전에 네가 나오면 꺼버리겠네 꺼버리겠네” 패러디된 이 동요의 가사를 보며 익살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대인의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적자생존의 시대를 노래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이 시대를 희화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 희화된 가사의 강한 의미 때문에 원래의 가사마저 왜곡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입니다.

 

갓난아기의 외출 복장과 유모차로부터 시작된 허세와 허영의 스펙(specification)이 우정과 삶의 지혜를 배우는 곳이 아닌 성적경쟁의 장이 되어버린 교실로이어지고 대학교에서 면접장에서 입사 후 직장에서 자신이 아닌 자신을 드러내어야만 하는 삶으로 이어집니다. 사업을 하려면 또한 어떻습니까? 골목 상권에서 살아나려면 어떻게든 경쟁업체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합니다. 조금 더 큰 기업은 자본과 인력과 매체를 동원해 더 치밀한 경쟁을 해야 합니다. 농사철이 되면 함께 씨 뿌리고 마을일을 함께 하던 향약이나 두레, 품앗이 등의 상부상조의 정신은 사라지고 살아남기 위해서 이웃과 경쟁해야 하고 심지어는 오랜 친구와도 경쟁해야 합니다. 이러한 경쟁과 비교우의를 지녀야 하는 사회적인 풍조는 성공한척 보여야 하는 허세와 허영을 만들어 냅니다.

 

기업은 제품을, 개인은 자신을 치장하고 허세의 옷을 입습니다. 흔히 말하는 마케팅이고 브랜딩입니다. 자신의 이미지를 상대방 또는 일반인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image making)입니다. 요즘 우리사회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등장한 스펙(specification)이라는 신조어도 바로 그것입니다. 취업을 위한 8대 스펙이니 9대 스펙이니 하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봉사, 인턴, 수상경력, 대외활동이 그것이랍니다. 문제는 스펙이 그 본래의 취지를 떠나 자신을 위장하고 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삶의 중요한 본질은 알지도 못한 채 허영과 허세의 길로 인도되고 있습니다. 가능성, 자신감, 친화력, 사려 깊음, 우정, 건강함, 도덕성, 열정, 꿈을 대신하는 서글픈 용어들입니다.

 

 

허세에는 두 번 속지 않는다

‘허세’는 허수아비의 경상도 지역 방언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허세라는 단어가 허수아비의 모습을 매우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짚으로 속을 채우고 누더기 옷을 입고 밀짚모자로 얼굴을 가린 모양이 마치 사람인양 허세를 부리는 듯합니다. 허세와 허영의 모양을 한 허수아비가 등장하는 한 동화가 있습니다. 바로 <오즈의 마법사>입니다. 이 동화는 19세기말 미국사회를 풍자한 동화였고 이 동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 가운데 하나인 ‘허수아비’는 그 당시 남루한 노동자를 상징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동화속의 허수아비는 생각할 수도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울타리너머 널따란 옥수수 밭에서 새들이 옥수수를 쪼아 먹지 못하도록 사람인척 양팔을 벌리고 장대에 매달려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장대에 꽂혀있던 허수아비는 도로시와 함께 에메랄드시의 오즈를 찾아가 생각할 수 있는 두뇌를 얻기를 원했습니다. 허세와 허영의 껍데기가 아닌 판단하고 생각할 수 있는 두뇌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허세에는 한 번 속지 두 번은 속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허수아비가 아무런 능력도 없는 것을 안 참새들이 더 이상 허수아비에 속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허세와 허영은 잠간의 눈속임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초라하고 너절한 허수아비의 본색을 드러낼 뿐입니다.

 

 

자아를 상실한 현대인

이솝우화에는 유난히 까마귀 이야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허영심이 가득한 까마귀이야기가 있습니다. 공작새로 살고 싶은 허영심이 많은 까마귀는 공작새 깃털을 주워 자기 몸에 꽂고 ‘공작새’처럼 위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은 더 이상 까마귀가 아니라며 동료 까마귀들을 무시한 채 공작새 마을로 갔습니다. 하지만 공작새들은 한눈에 자신의 깃털로 위장한 까마귀를 알아보았습니다. 공작새들은 까마귀에게 꽂힌 자신들의 깃털을 빼앗고 주둥이로 쪼아서 내쫓아 버렸습니다. 혼비백산해 공작새 마을에서 쫓겨난 까마귀는 다시 동료들이 있는 곳을 찾아갔으나 동료 까마귀들은 공작새의 깃털을 꽂고 허세가 가득해 오만하게 굴었던 허영심 많은 까마귀를 마을 밖으로 쫓아버렸습니다.

 

주변사람들에게 멋지게 보이기 위해 쓴 글이나 게시물을 말하는 신조어가 생겼습니다. ‘허세글’입니다. 마치 공작이 되고 싶었던 허영심 많은 까마귀를 말하는 듯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글과 사진을 올릴 때 멋있는 척, 행복한척 올리는 글과 사진을 일컬어 ‘허세글’이라고 합니다. 허세글의 등장은 남들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가 삶의 기준점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성공한 듯, 행복한 듯, 자신의 삶을 포장하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그런 허세와 허영이 삶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일그러진 행복을 만들고 있습니다. 자아를 상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문학의 거장 레프 톨스토이는 그의 저서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허영을 경계하라고 합니다. 영예와 칭찬을 얻으려 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것들이 우리의 정신을 멸망시킬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남보다 월등하다는 자만심을 경계하고, 자신을 치장하려는 위선을 경계하라고 합니다. 허영심과 허세는 삶과 관계를 망치는 독소입니다. 남들에게 보이는 삶이 아닌 이제 당신답게 살아보세요.

김현청 / brian@hyuncheong.kim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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