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사 새옹지마

[쓰담쓰談 19]

오랜 옛날, 중국 국경지역에 아들과 함께 말을 키우며 살던 노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마구간에 있던 말이 국경을 넘어 오랑캐의 땅으로 도망을 갔습니다. 이웃주민들은 노인의 말이 오랑캐의 땅으로 도망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나같이 노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나 노인은 “이 일이 복이 될지 누가 압니까?”하며 마음에 동요 하나 없이 태연자약(泰然自若)했습니다. 그러던 며칠 후, 도망친 줄 알았던 말이 암말 한 필과 노인의 집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말이 도망간 것이 오히려 복이 되었다며 노인에게 축하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노인은 그 전과는 반대로 “이 일이 도리어 화가 될지 누가 압니까?”하며 기쁜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말이 돌아온 기쁨도 잠시, 며칠 후 노인의 아들은 들판에서 말을 타다가 낙마하여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노인의 집에 문병을 하며 다시 위로를 건넸습니다. 노인은 역시 “이게 반대로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 하며 걱정스런 마음을 감추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전쟁의 소문이 들렸습니다. 변방의 오랑캐가 침략해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라에서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전쟁에 참여하라는 징집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노인의 아들은 다리가 부러진 까닭에 전쟁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노인의 아들은 말을 타다가 낙마해 전쟁에 참여하지 않아 목숨을 구했습니다.

 

순간순간 닥치는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하며 연연해하면 안 된다는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라는 말의 기원이 담긴 고사입니다.

 

 

운명을 즐기기

사노라면 뜻하지 않게 혼란스러운 일이 일어납니다. 계획되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 안달이 납니다. 초조하고 마음을 조이는 걱정들이 우리를 엄습합니다. 괴로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고 질고의 밤을 뒤척이다 아침을 맞이합니다. 끝을 모르는 외로움이 찾아들기도 합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못할 것 같은 깊은 나락에 떨어져 절망에 갇히기도 합니다. 인생은 기쁨과 슬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각각 절반씩이라는데 내 인생만큼은 괴로움과 걱정이 더 많은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고사의 노인처럼 “인간만사 새옹지마니 그러려니”하고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필가 로간 스미스는 인생에는 두 가지가 목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운명을 받아들여서 즐기는 것이랍니다. 그리고 인류가운데 가장 현명한자만이 두 번째 것, 운명을 받아들여 성공한다고 말합니다.

 

“사는 것이 왜 이럴까?” 하지 말고 운명을 받아들여 마땅히 그러려니 하고 꼴 지우면 어떨까요? 근심과 걱정과 외로움이 우리를 흔들 때마다 그것에 흔들리는 대응적인 인생을 살기보다는 주도적인 인생을 사는 것 말입니다.

 

이런 이치를 300년을 실천해 온 한 가문이 있습니다. 바로 경주지방의 만석지기 최 부잣집입니다. 최 부잣집은 인생을 살아가며 만나게 될 상황에서 처신해야할 올바른 자세를 육연(六然)으로 만들어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육연은 가문의 가족 개개인의 수신제가(修身齊家)를 위한 교훈으로 어린 시절부터 반복해 교육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육연은 우리나라 초대 법무장관으로 광복이 되기 전 항일 독립지사들의 무료 변호에 나선 것으로 유명한 이인 변호사가 자신의 처세훈이라며 <신동아지>에 기고했던 내용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육연을 살펴보면 “자처초연(自處超然)-자기 자신에 대해 초연하고 세상의 일에 구애 받지 않는 것. 처인애연(處人靄然)-남과 사귐에 있어 상대를 즐겁게 하고, 기분 좋게 할 것. 유사참연(有事斬然)-무슨 일이 있을 때 꾸물대지 말고, 명쾌하게 처리할 것. 무사징연(無事澄然)-아무 일도 없을 때는 물처럼 맑은 마음을 가질 것. 득의담연(得意澹然)-일이 잘 되는 때일수록 조용하고, 안정된 마음을 가질 것. 실의태연(失意泰然)-뜻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에도 태연자약 할 수 있을 것”이 그것입니다. 최 씨 가문은 마땅히 그러해야할 여섯 가지 교훈을 통해 12대 300년을 만석지기로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 벼슬을 하지 말라, 만석이사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흉년기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 손님을 후하게 대접하라. 주변 100리 안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시집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게하라.”는 육훈(六訓)으로 집안을 다스렸습니다. 이왕에 하는 거 적당히 하지 말고, 피할 수 없으면 즐기고, 자신을 낮추며 누군가를 돌아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理致)와 문리(文理)를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지

인간만사 모든 일이 중국 국경 노인의 고사인 새옹지마와 같습니다. 어떤 결정이나 결과가 시간이 지나면서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 되기도 하고 나쁜 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눈앞의 상황들에 섣부르게 일희일비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고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으로 초연하며, 누구를 대하든 감정을 달리하지 말고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으로 초연하며, 정신없이 의무와 책임이 몰려와도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으로 초연하며, 때로는 일이 없고 공허해도 불안하게 생각 말고 초연하며, 뜻을 이루고 성공을 했다 해도 경거망동하지 말고 담담하며, 최선을 다했으나 실패 했더라도 실패 할 수도 있지라는 생각으로 태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운명으로 주어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할 수 있습니다. 광명의 천사로 불린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생의 고된 투쟁을 ‘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밤이 우리에게 있음은 숨을 가다듬고 기도하며 일의 샘물에서 신선한 물을 마시게 하기 위함입니다.

김현청 / brian@hyuncheong.kim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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