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담쓰談 23]
네 명의 아내를 둔 상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유독 네 번째 아내를 사랑했습니다. 그녀와 늘 함께 했고 좋은 음식을 주고 화려한 옷을 입혔습니다. 그는 세 번째 부인도 사랑했습니다. 힘들 게 얻은 세 번째 아내가 너무 자랑스러운 나머지 사람들을 만날 때면 늘 동행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자기를 떠나갈까 봐 항상 안절부절못했습니다. 그는 둘째 아내도 역시 사랑했습니다. 그녀는 늘 남편을 지지했습니다. 마음이 잘 맞는 두 번째 아내는 대화도 잘 통하고 외로울 때나 어려움에 직면하면 늘 곁에 있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이 상인은 이상하게도 첫째 아내에게만큼은 무관심했습니다. 그녀를 종 부리듯이 부렸습니다. 때로는 함부로 대하기까지 했습니다. 첫 번째 아내가 그를 가장 사랑했음에도 말입니다.
하루는 이 상인이 머나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야 했습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기약 없는 여행길이었습니다. 그는 길고 긴 여정에 아내들을 데리고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내들을 불러 함께 가주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가장 사랑하는 네 번째 아내가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습니다.
“당신 혼자 가세요. 당신과는 살 만큼 살았어요.”
크게 실망한 상인은 세 번째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난 당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았소. 나와 함께 떠납시다.”
그러나 세 번째 아내 역시 단번에 거절하더니 오히려 “당신이 떠나면 난 재혼할 거예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자랑이었던 세 번째 아내로부터도 냉담한 거절을 당한 상인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는 둘째 아내에게도 물었습니다.
“당신은 나와 마음이 잘 맞았소. 늘 음식을 나누며 추억을 함께한 당신이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면 좋겠소.”
그러자 그녀는 “마을 입구까지 배웅은 해드릴게요. 그러나 여행은 함께 할 수 없어요.”라며 말꼬리를 흐렸습니다.
상인이 절망에 빠져 있던 그 때 나지막하게 “내가 당신과 함께 하겠어요.”라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상인이 돌아보니 그것은 첫 번째 아내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녀는 오랜 기다림과 내조로 수척해진 모습이었습니다. 상인은 달려가 아내를 끌어안으며 말했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더 잘 대해주었어야 했는데….”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실제로 우리 모두는 일생에 이 네 명의 아내와 결혼해 산다고 합니다. 먼 나라로의 여행은 죽음을 뜻합니다. 넷째 아내는 우리의 ‘육체’를 말합니다. 아무리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몸을 아름답게 가꾸어도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세 번째 아내는 ‘명예와 재물’입니다. 우리가 죽어버리면 이것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가버리고 맙니다. 둘째 아내는 ‘가족과 친구들’이랍니다. 우리가 그들과 아무리 많은 것을 나누며 함께 했더라도 기껏해야 무덤 앞까지 동행하면 그만입니다. 첫째 아내는 ‘마음’입니다.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가 몸을 치장하고 부와 명예를 추구하느라 소홀히 다룬 마음과 영혼입니다.
그런데 이 마음은 우리가 평상시 마음에게 대한대로 우리를 인도한답니다. 어느 순간 우리가 육체도 명예와 부도, 관계도 부질없음을 알게 될 때 마음은 자신이 다니던 길로 우리를 이끈 답니다. 우리가 실망, 걱정, 원한으로 마음을 대했다면 마음도 우리에게 실망과 걱정, 원한을 안겨 줍니다.
우리의 몸을 치장하고 넉넉하고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고 가족과 친구와 더불어 사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을 세우고 영혼을 풍요롭게 가꾸는 일입니다. 허례허식에 사로잡힐수록 마음은 수척해집니다. 마음을 가꾸지 않은 명예와 부는 영혼을 아사시킵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의존적인 삶은 홀로 견뎌야 할 인고의 시간이 닥치면 힘없이 우리를 무너트립니다. 마음이 바로 서지 못한 육체, 그리고 그 어떤 소유나 관계도 자기기만입니다.
마음의 가치를 이해하고, 자신의 영혼을 소중히 할 줄 아는 것은 몸을 치장하고 부와 명예를 얻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외모와 부와 관계중심의 삶을 살면서 자신을 과시하는 것은 결국에는 절망과 고독감에 사로잡힐 뿐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영혼 깊은 곳에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것은 육체의 쾌락이나, 부나 명예가 가져다줄 수 없는 마음입니다. 인간관계나 소유가 결코 가져다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은 육체의 연약함을 인식하고, 내가 소유했던 것들이 결국은 내 것이 아님을 알게 될 때, 그리고 인간은 결국 홀로 서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될 때 만날 수 있습니다.
불멸의 육체는 없습니다. 영원한 소유도 없습니다. 무한한 관계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잘 가꾸어야 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자랑스러워해야 합니다. 마음과 올바른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네 번째 아내인 육체가, 세 번째 아내인 소유가, 두 번째 아내인 친구와 가족이 우리 삶의 전부가 아니며 조강지처인 첫 번째 아내, ‘마음’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마음을 돌보지 않으면 그 마음이 언젠가는 아프다고 말할 것입니다. 마음을 보살피지 않고 사용하지 않으면 생기를 잃고 말라 버릴 것입니다.
살다 보면 한번은 육체가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내 것이 내 것이 아님을 알게 될 때가 있습니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과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건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뿐입니다.
김현청 brian@hyuncheong.kim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이 사이트에 게시된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와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게시된 콘텐츠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용하시려면 반드시 출처를 밝히고,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할 경우 저작권자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