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먼 사랑

[쓰담쓰談 25]

맹목적인 사랑의 비극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운명적 사랑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단순한 낭만적 열정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격정에 휩싸인 맹목적인 사랑의 전형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가문이 불구대천의 원수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만을 신봉하며 현실적인 문제들을 무시한 채 돌진한다. 결국,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는 것은 사랑이 아닌 집착이었던 셈이다.

 

문학뿐만이 아니다. 실제 역사에서도 맹목적인 사랑은 비극을 초래했다.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벌어진 ‘존스타운 대학살’은 종교적 신념이 얼마나 위험하게 변질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짐 존스라는 종교 지도자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따랐던 900여 명의 신도들은 그의 명령에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랑과 믿음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진 선택이었지만, 그것은 결국 가장 참혹한 비극으로 귀결되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사랑이 단순한 감정적 충동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균형을 유지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갖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랑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는 감정이다. 그러나 사랑의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각기 다른 방법으로 애정을 표현하며, 그것이 곧 사랑의 다양성을 만든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형제와 자매 간의 유대, 연인과 친구 간의 정까지, 사랑에는 무수한 얼굴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형태의 사랑이 때때로 맹목적인 사랑으로 변질될 수 있다.

 

때로 우리는 누군가를 너무도 깊이 사랑한 나머지 그들의 본모습을 보지 못한다. 그들의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고, 그들과 함께하는 순간들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다. 그들이 없이는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곧, 사랑하는 대상을 이상화하고 현실과의 괴리를 만들어내는 상태이다.

 

맹목적인 사랑은 그들의 진정한 모습을 가리지 못하는 사랑이다. 상대를 우상처럼 떠받들고, 그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자신을 잃어버린다. 결국 자신조차도 잊어버린 채,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존재를 희생하는 것이다.

 

우상화된 사랑: 현실을 잃어버릴 때 함께 있는 사람의 진짜 모습을 언제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맹목적인 사랑은 흔히 우상화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 사랑하는 사람이 결점 없는 존재라고 믿고, 그들의 불완전함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모습은 현실맹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상대의 장점은 극도로 확대하여 해석한다. 그렇게 상대를 이상적인 존재로 신격화하고, 그들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가치가 상승하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사랑은 현실을 직시하는 감정이어야 한다. 사랑이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이상적인 환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진정한 사랑이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맹목적인 사랑 부모의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헌신적인 감정 중 하나지만, 때로는 그것이 자식을 이상화하는 형태로 변질될 수도 있다. 자식이 어떤 선택을 하든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고, 그들의 잘못된 행동까지도 정당화하며, 그들이 마치 흠결 없는 존재인 것처럼 믿는 순간, 부모의 사랑은 자식의 성장을 방해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 부모가 자식의 잘못을 보지 않으려 하면, 결국 자식은 자기 성찰 없이 세상을 살아가게 되고, 이는 나중에 더 큰 상처로 돌아오게 된다.

연인 간의 맹목적인 사랑 연인 사이에서도 맹목적인 사랑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랑에 빠지면 상대의 단점을 애써 외면하고, 그들이 마치 완벽한 존재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사랑은 상대방의 결점을 받아들이고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어야지, 일방적으로 한쪽이 모든 것을 감내하는 희생이어서는 안 된다. 맹목적인 사랑은 결국 관계를 왜곡시키고, 자신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정치인과 종교 지도자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 정치와 종교의 영역에서도 맹목적인 사랑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정 정치인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며 그의 모든 말과 행동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또한, 종교 지도자를 신격화하며 그의 결정에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비판적 사고를 무력화시키고, 때로는 극단적인 행동을 초래하기도 한다. 진정한 정치적 신념과 종교적 믿음은 비판적 사고와 함께 존재해야 하며, 무조건적인 추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사랑은 균형을 찾는 과정이어야 한다. 상대를 신격화하지도, 스스로를 희생하지도 않으면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맹목적인 사랑이 아닌 성숙한 사랑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김현청 | Brian Kim, Hyuncheong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mail: brian@hyuncheon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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