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는 종족보존의 한 방편으로 행해진 식인문화와 죽은 가족에 대한 사랑의 표현으로 최근까지 이어져 내려오던 손가락 자르기, 보복의 문화로 일컬어지는 부족 간의 치열한 전쟁의 현장이 이제는 생생한 관광 상품과 흥밋거리가 되어 있다.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한 생물이 뒤엉켜 있는 숲과 정글은 인류의 생명을 지속하게 해준 원동력이자 생명의 보고다. 인류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숲이나 정글을 통해 식량과 땔감을 얻었고, 생명의 근원인 공기와 맑은 물 또한 그 발원지는 숲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숲과 정글은 건강식품과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무한한 자원을 제공해 왔다. 숲과 정글의 식물과 곤충에서 얻은 의약품들은 환자들의 병을 치료하고 병약한 사람들의 고통을 해결해 주었다.
파푸아의 숲과 정글은 아마존의 정글이나 말레이시아의 타만네가라 밀림 등과 더불어 세계 최대의 정글로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이며 지구 생명의 원천이다. 이곳의 광활한 우림은 지구의 허파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대량의 산소를 공급해 준다. 게다가 이 정글은 수많은 신약과 의약품의 진원지이다.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야 할 합성 신약들이 이 정글에는 지천으로 널려 있다.
병원도 약도 없는 이곳에서 원주민들은 자연 치유력과 천연치료제를 통해 건강을 유지한다. 정글이 그들의 병원이고 밀림의 식물과 곤충들이 최고의 치료제이다.
파푸아 정글에는 기적의 나무 열매라고 불리는 ‘부아메라(Buah Merah)’가 있다. 외부에 이 열매가 알려지게 된 것은 파푸아의 주도인 자야푸라(Jayapura)에 부임한 대학교수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그는 파푸아에서 지내는 동안 와메나(Wamena)지역 원주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질환에 시달리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는 이유를 궁금해했다. 그리고 그들의 생활습관과 음식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하다가 파푸아에서만 자라는 ‘레드 판다누스(RED Pandanus)’나무에 열리는 열대과일 부아메라를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부아메라에 대한 의학적 영양학적 연구 끝에 놀라운 효능을 밝혀낸다. 부아메라는 항산화제, 베타카로틴, 오메가3, 오메가9 그리고 여러 가지 인체 저항능력을 키워주는 물질들로 구성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는 2002년 부아메라 오일을 암과 종양, 당뇨병의 대체의약품으로 개발하기에 이른다. 이후 인도네시아와 일본 등에서 항염증성과 세포독성 안정성이 연구되고 부아메라의 오일에는 굉장히 높은 비율의 베타크립토산틴 (β-cryptoxanthin)이 존재함이 밝혀지게 된다.
그 후 인도네시아 본토나 서방세계에 이 열매가 암과 에이즈를 치료하는 신비의 과일로 소개되며 한때 부아메라 추출물을 구하려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인도네시아 신문과 언론에는 부아메라가 에이즈(HIV/AIDS)는 물론 암, 당뇨병, 간질환, 뇌경색, 골다공증에 이르기까지 효능이 입증됐다는 기사가 실리며 그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와메나 원주민들은 수천 년 동안 ‘타위’라고 불리는 이 붉은 열매 부아메라를 먹어왔다. 이들은 척박한 고산지역에서 타로토란과 감자 등의 제한적인 음식물을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부아메라를 통해 다른 부족들보다 더 건강하게 살아간다. 부아메라는 원시 부족들이 기력의 회복과 정력증진을 위해 요리를 해 먹었으며 그들은 이 부아메라 덕에 다른 부족보다 더 용맹하고 전쟁에서도 지지 않는다고 믿었다.
부아메라는 과육을 찌거나 익혀 식용으로 먹거나 오일로 만들어 사용한다. 다른 음식에 첨가해 조리하거나 건강식으로 따로 먹었다.
먹으면 치아가 붉게 물들고 최근에는 매우 귀하고 값비싼 지역 특산물이 되었다. 부아메라가 얼마나 의학적인 치료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척박한 지역에 사는 파푸아 원주민들에게는 필수영양분과 건강을 유지하도록 도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부아 메라(Buah: 과일, Merah: 붉은색)’는 ‘붉은 과일’이라는 뜻으로 학명은 Pandanus conoideus Lam. 인도네시아령 파푸아에 널리 분포하며 와메나(Wamena)에 위치한 자야위자야산(Jayawijay Mountain)고산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열매의 모양은 긴 타원형으로 옥수수와 형태가 비슷하다. 다만 그 크기가 작게는 30센티미터에서 큰 것은 1미터20센티미터에 달하고 지름은 10~25센티미터이다. 다자란 열매는 10킬로그램에 이른다.
섬과 정글이라는 특성에 의해 수천 년 동안 외부세계와 철저히 차단됐던 파푸아는 1950년경부터 기독교가 신속하게 자리를 잡으며 원시의 석기문명과 현대문화가 공존하고 있으며 문화전이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매우 이색적인 곳이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나체로 다니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던 원주민의 일부는 옷을 입지 않는 것이 매우 부끄러운 것이 되어 있는가 하면 깊은 정글의 또 다른 원주민은 오히려 생전 처음 입어보는 옷이 부끄러워 벗어 던지기도 한다. 현대문명의 상징인 콜라를 마시는 시장의 원주민이 있는가 하면 과자라는 것을 처음 맛보며 신기해하는 정글 속의 소년이 공존한다.
파푸아는 종족보존의 한 방편으로 행해진 식인문화와 죽은 가족에 대한 사랑의 표현으로 최근까지 이어져 내려오던 손가락 자르기, 보복의 문화로 일컬어지는 부족 간의 치열한 전쟁의 현장이 이제는 생생한 관광 상품과 흥밋거리가 되어 있다.
파푸아의 빠른 문화전이의 경계에서 사라지거나 남아 있는 풍습이 있다. 바로 식인풍습과 손가락 자르기이다.
예로부터 ‘식인풍습’은 세계 여러 나라에 퍼져있었다. 식인이 행해지는 이유는 다양했다. 종교적인 의미나 의식과 의례를 행하기 위한 경우도 있으며 생존이나 긴급 상황에서의 식인도 벌어졌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문화인류학에서의 ‘식인풍습’은, 사회적, 제도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반복적이고 일상적인 행위를 말하며 일시적인 기아상태에서의 긴급하고 우발적인 경우를 말하지 않는다. 식인(食人, cannibalism)은 사람이 생존을 위해 인육을 먹거나 혹은 종교적 의례나 전쟁의식, 장례나 효행과 관련이 있다.
식인풍습을 이야기할 때 늘 언급되는 곳이 바로 파푸아이다. 파푸아의 식인은 외부로부터의 종족보존, 전쟁과 보복의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파푸아의 식인 풍습은 밀림 속에 오랜 시간 동안 외부세계와 단절되어 살아가며 자신의 종족 이외에는 배타적이고 적대적이었던 부계 혈통적 집단구성에 기인한다.
파푸아 부족들의 식인풍습에 대해 현지에서 들어보면 몇 가지 유형이 있지만, 그 배경은 모두 하나다. 바로 종족보존이다.
파푸아의 식인풍습은 외부인들이 부족의 영역에 들어오면 부족에 해가 되는 침입이라 여기고 종족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하고 인육을 나눠 먹었다는 것이다. 파푸아지역에 파송된 선교사들이 식인습관에 희생된 이야기나 1961년 파푸아 여행 중 식인습관에 희생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 문화인류학자 록펠러의 실종도 이와 관련이 있다. 전쟁과 보복의 문화가 지배하던 파푸아 정글에서의 식인풍습은 종족보존이라는 절박한 사연이 들어있다.
두 번째는 전쟁과 관련이 있다. 철저하게 부족 중심이고 가족중심인 파푸아는 자신의 부족 중 누군가 이웃 부족에게 해를 당하거나 살해를 당하면 기어코 복수를 해야 한다. 때문에 전쟁과 보복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전쟁이 끝나면 죽임을 당한 상대 부족 전사의 인육을 나눠 먹으며 부족의 결속을 다지고 남은 시신은 상대 부족에게 돌려보내 부족의 용맹함을 과시했다.
아직도 파푸아에 부족 간의 전쟁을 위해 전쟁을 연습하고 재현하는 전쟁축제가 매년 열릴 정도며 보복과 전쟁의 풍습이 사라진 최근에도 같은 유형의 부족 간 전쟁이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대규모 부족 간의 전쟁이 일어나 언론에 보도된 사례가 발생할 정도다.
세 번째 역시 종족보존이 종족 애착의 형태로 나타난 식인이다. 바로 죽은 자에 대한 애정과 존경의 의미다. 파푸아의 일부 부족은 가족이나 지인이 죽어 화장하면 모든 것이 사라지기 때문에 죽은 자의 영혼과 육체를 나눠 갖고 죽은 자의 지혜와 능력을 이어받는다는 의미에서 부족 내 식인을 행해왔다.
다행인 것은 기독교가 파푸아에 들어가면서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오던 식인풍습은 사라졌지만 서글픈 것은 파푸아 종족보존의 풍습이 종교보존의 신념으로 이어져 타 종교나 교파에 대한 살인과 보복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파푸아 부족의 종족 간의 애틋함과 사랑을 알 수 있는 가슴 아픈 또 다른 풍습이 있다. 바로 와메나 지역의 손가락을 자르는 풍습이다. 와메나의 부족들은 가족 중 누군가 죽으며 이를 애도하기 위한 방법으로 손가락 마디를 자르는 단지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는 가족을 잃은 아픔과 슬픔을 표현하는 한편 장례 기간 동안 자신의 손가락을 돌칼로 내려찍으며 고통을 받으면 화장을 당하는 죽은 이의 고통을 덜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와메나 일부에서 이 풍습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독교 중심의 새로운 문화가 자리를 잡으며 요즈음에는 대부분 사라졌다.
끔찍하고 야만적인 파푸아의 식인풍습과 단지문화가 절박한 삶의 형태이었고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었음이 가슴 절절하다.
확실히 여행은 단순한 관광 이상이다.
여행은 삶에 대한 상념들 속에서 깊고 영구적으로 지속되는 변화이다.
– Mary Ritter Beard
김현청 brian@hyuncheong.kim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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