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강렬한 충격을 안겨주는 나라다. 공항에서 내려 도시의 소음을 뚫고 거리로 나서면, 여행자는 곧바로 삶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에너지와 마주하게 된다. 차들이 뒤엉키며 만들어내는 혼돈의 하모니, 도로 한복판을 유유히 가로지르는 신성한 소의 걸음, 그리고 공기 속을 채우는 카레와 향신료의 묵직한 향기. 인도는 한순간도 당신의 감각을 쉬게 두지 않는다.
델리는 고대와 현대가 눈에 띄게 충돌하는 도시다. 붉은 성곽을 자랑하는 레드 포트(Red Fort), 무굴 제국의 웅장함을 상징하는 마윤의 묘(Humayun’s Tomb)는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이 아니라, 인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느낀 것은 단순한 경외감만이 아니다. 저 거대한 성벽이 얼마나 많은 전쟁과 평화를 지켜보았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묵직해진다.
그러나 델리는 단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도심으로 발길을 돌리면 하이테크 기업과 번잡한 쇼핑몰,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몰려온 여행자들로 가득 찬 카페들이 미래를 향해 빠르게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고대의 유적과 초현대적인 건축물이 함께 공존하는 모습은 이 도시가 가진 독특한 매력을 드러내는 상징이다.
‘핑크 시티’라는 애칭을 가진 자이푸르로 향한 여정은 더할 나위 없이 낭만적이다. 라자스탄의 사막에 자리한 이 도시는 이름처럼 분홍빛 건물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하와 마할(Hawa Mahal)의 화려한 외관은 태양빛에 반사되며 매 순간 색이 변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자이푸르는 단순히 아름다운 건축물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도시다. 골목길로 들어서면 그곳에는 전통 방식으로 염색을 하는 장인들과 카펫을 짜는 여성들, 그리고 진귀한 보석을 다듬는 사람들이 있다. 이 도시의 분홍빛은 단순한 외관이 아니라, 전통과 삶의 방식에서 우러나온 빛이다.
바라나시 강변에 도착했을 때, 여행자는 이전에 느껴본 적 없는 무거움을 느낀다. 갠지스 강은 인도인들에게 단순한 강이 아니다. 그것은 삶과 죽음의 순환을 상징하는 성스러운 공간이다. 이곳에서 만난 풍경은 아름다움과 동시에 경건함을 안겨준다. 강가에서 의식을 치르는 브라만 사제들과 자신들의 죄를 씻기 위해 몸을 담그는 사람들, 그리고 화장 의식이 끝난 재를 강물에 뿌리는 가족들. 이곳에서는 삶과 죽음이 분리되지 않고 한데 엉켜 있다.
밤이 되면 바라나시의 매력은 또 다른 색깔을 띤다. 아르띠(Aarti) 의식이 시작되면, 수백 개의 기름 등불이 강물 위를 수놓고, 사제들의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순간 여행자는 이 곳이 왜 수많은 철학자와 성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바라나시는 단지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자신을 내려놓고 다시 발견하는 곳이다.
뭄바이, 경제와 영화 산업의 중심지로 불리는 이 도시는 인도의 ‘꿈의 공장’이라 할 만하다. 도착하자마자 펼쳐진 해변가와 화려한 빌딩 숲은 단순히 화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 도시가 품은 수많은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Gateway of India) 앞에서 맞이한 일몰은 뭄바이의 번잡함 속에서 잠깐의 평화를 선사해 준다.
그러나 뭄바이의 진정한 매력은 그 이면에 있었다. 차울로 불리는 빈민가의 좁은 골목길에서 만난 아이들은 그 누구보다 빛나는 미소를 지니고 있었다. 화려한 볼리우드 스타들만이 아니라, 그늘진 곳에서도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뭄바이는 결국, 이 수많은 얼굴들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이야기였다.
인도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하나의 경험이다. 혼돈과 질서, 고대와 현대, 아름다움과 거친 현실이 동시에 공존하는 이곳에서 여행자는 삶의 무수한 층위를 마주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인도는 결코 완벽하거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곳이 아니지만, 바로 그 때문에 잊을 수 없는 여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김현청 | Brian Kim, Hyuncheong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mail: brian@hyuncheon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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