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얻은 영감위에 추억이 흩뿌려진 텍스타일 ‘드레핀’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녀와 자연 사이엔 거리낌이 없다. 제주의 자연, 기억, 소소한 일상에서 영감을 받아 실용적이면서 진정성 담은 디자인을 추구하는 텍스타일 브랜드 ‘드레핀(DREPEEN)’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텍스타일 디자이너 ‘오윤경’

 

“드레핀은 들에 핀 식물, 동물, 사람, 빛, 공기, 바람 등의 공존을 의미해요.” 

브랜드 드레핀(drepeen)

 

드레핀을 론칭 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요?

론칭은 2012년 겨울에 했고요. 사실 제가 유학 시절에 4년 정도 런던에서 생활을 했었어요. 그곳의 사람들은 패턴과 색을 생활 속에 참 잘 녹여두었더라고요. 색을 여기저기 얼마나 잘 이용해 두었던지. 참 인상 깊더라고요. 또 영국에는 오랜 역사를 가진 패브릭과 벽지회사의 제품들이 많아요. 그리고 자연스레 올라 키엘리, 캐스 키드슨, 마리메꼬 같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접하면서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담은 이야기를 가지고 텍스타일 브랜드를 만들면 참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된 거죠.
2006년에 졸업을 하고 한국에 들어와 벽지회사에 잠깐 다녔어요. 기대를 가지고 입사를 했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표현에 있어서 제약이 좀 있더라고요. 공간을 채우는 것들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 말이죠. 말하자면 패턴은 언제나 부드러워야 하고 컬러는 차분해야 하며 그런 것들이요. 그게 아쉬웠죠. 그래서 꼭 벽지가 아니더라도 개성 있는 패턴들로 무언가를 독자적으로 해 보자 하는 마음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패턴 디자인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색과 패턴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공간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는 게 매력이죠. 마치 사람이 옷이나 액세서리를 어떻게 매치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처럼요.

 
 
드레핀의 시그니쳐는 무엇인가요?

색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주의 색을 저만의 방식으로 담는 거죠.

 
드레핀에는 어떤 제품들이 있나요? 어떤 제품이 가장 반응이 좋나요?

쿠션, 가방, 앞치마, 파우치, 브로치, 단추 등 생활 소품류에요. 삼나무와 바람패턴이 반응이 좋아요.

 
 
그 제품들은 어디에서 만날 수 있나요?

제주시에 있는 비아 오브제와 메종 글래드 샵에서 만나볼 수 있어요.

 
 
작업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있어요. 디자인을 소품화 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아직 제겐 좀 낯설고 어렵게 느껴져요. 특히 제가 원하는 색을 업체에 맡겼는데 생각과 다르게 나올 때 타협 보는 부분이 쉽지 않아요.

 
 
구상 하면서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디자이너만의 해결 방법이 있을까요?

전시회를 가기도 하고요. 즐거워질 수 있는 일을 해요. 음악을 듣거나 화분을 사기도 하고. 모두 저를 기분 좋게 하는 것들이에요. 최근엔 서울숲에서 정원 일을 배우고 있는데 가끔 가서 잡초도 뽑고 꽃도 돌봐요. 함께 배우는 분들이 저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서울 분들인데요. 참 신기 했던 게 그분들과 제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꽤 달랐어요. 그런 다양한 시각을 알아가며 영감도 얻고 저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어요.

 
 
일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세요?

제 작품을 이해해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 참 기뻐요. 색의 그 미묘한 차이를 알아봐 주실 때요. 또 사람들이 제 작품 속의 나무나 식물에 대해 많이들 물어봐요. 저는 그런 과정이 그저 즐거운 거죠. 왠지 모르게 제주의 자연을 소개하는 홍보대사가 되는 기분이 드니까요.

 
 
드레핀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브랜드에 담긴 철학이 궁금하네요.

제가 영국에 있었을 때 빈티지 의류를 구입한 적이 있어요. 그 옷에 그려진 빅토리아 여왕과 장미꽃의 패턴이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이게 나중에 알고 보니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에 전시된 패턴이더라고요. 19세기경에 만들어진 패턴인데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더라고요. 저도 단발성 패턴이 아닌 유럽의 텍스타일 브랜드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기억하고 찾을 수 있는 제주의 이야기를 담은 텍스타일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어요.

 
 
브랜드의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서울에서 대부분 지내지만 내년엔 제주도로 내려갈 계획을 하고 있어요. 좀 더 안정적으로 브랜드가 운영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른 작가들과 협업도 해보고 싶고요. 지금까지 해 온 것들 외에도 해녀패턴이나 제주에서만 자생하는 꽃 그리고 나무들의 얘기도 담아 볼 생각이에요.

 

 
 
작업을 해오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저의 첫 작업의 주제가 삼나무였어요. 저희 집 밭엔 삼나무가 있는데요. 제주에선 삼나무가 귤밭의 방풍림으로 쓰이거든요. 귤이 잘 자랄 수 있게 바람을 막아주는 고마운 나무죠. 삼나무는 어느 정도 크면 귤밭에 내리쬐는 해를 가린다 해서 가지를 잘라줘야 해요. 근데 잘린 가지들이 붉은 갈색으로 변하더라고요. 그 색이 얼마나 예쁘던지. 그래서 곧바로 드로잉에 옮겼죠. 완성한 후에 작품의 이름을 지어야 하잖아요. 원래는 이름을 삼나무가 아닌 숙대나무로 하려고 했어요. 제주어로는 ‘숙대낭’이라고 해요. 이게 정확하진 않지만, 삼나무를 심게 된 게 빨리 쑥쑥 자라서 방풍림으로 쓰이라고 하는 의미에서 숙대낭이라고도 하고요. 숙대낭이 자란 자리에는 식물이 자라지 않아 밭을 쑥대밭으로 만든다고 하는 의미에서 숙대낭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여러 가지 설이 있죠. 그래서 어감 상 오해의 소지가 있는 숙대낭이라는 이름을 두고 가족들과 모여서 얘기를 나누었었죠. 사실 저희 집은 굉장히 조용한 집안인데요. 이런 주제를 두고 마음이 통했다고 해야 할까요? 저희 부모님께서도 식물이나 나무에 관심이 많으시거든요. 이런저런 조언도 듣고 얘기도 많이 하고 했는데 그게 참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제주에서의 지난 시간들이 디자인할 때 어떤 영향을 주나요?

고향에서 보낸 유년시절의 기억들이 작업 도중에 저도 모르게 스며들어요. 제주에서 얻은 영감 위에 추억이 더해지는 거죠.

자연에서 받는 ‘느낌’과 같이 형태가 없는 것을 시각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역시 색과 분위기라고 생각해요. 일상에서나 제주를 오고 가면서 영감이 될 수 있는 것들을 틈틈이 사진으로 담고 있어요. 그것을 토대로 작업을 진행해요. 그때의 기억과 이미지들을 가지고 느낌이 가는 대로 그려보고 색을 입혀 분위기를 만들어요.

 
 
드레핀과 ‘제주’가 닮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생활 속 주변 환경과 어색함 없이 잘 어울릴 수 있는 그런 게 아닐까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제 생각이고요. 사실은 이 질문은 보시는 분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글. 라어진
-사진. 민정연, 드레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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