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만나는 세계의 맛 1

반싸바이

우리는 늘 어딘가를 갈망한다. 뚜벅뚜벅 걸어서, 기차를 타고, 혹은 비행기를 타고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 하지만 여행이란 물리적 거리나 공간의 크기와는 무관할지도 모른다. 제주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타국의 맛을 느끼고 그곳의 공기를 상상할 수 있으니.

 

한 접시의 요리에는 많은 것이 담긴다. 각기 다른 기후에서 자라난 곡물과 채소와 과일들을 비롯해,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난 동물들, 생선들까지. 또한 맛을 가미하는 갖가지 향신료와 설탕, 소금, 간장 등의 양념들. 거기에 다양한 조리법과 저장, 숙성 방법까지 더해지면 다양한 나라, 다양한 문화만큼이나 독특하고 매력적인 음식이 탄생한다. 세계의 요리들은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맛이라는 것은 하나의 우주 아닐까.
문득 엄마밥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여행지에서 맛보았던 음식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방콕 카오산로드에서 먹었던 짭조름하고 달달한 팟타이와 바삭바삭한 스프링롤, 이스탄불 보스포르스해협을 바라보며 먹던 담백하고 신선한 연어구이와 뜨겁고 달달한 차이 한잔, 교토의 작은 밥집에서 먹던 할머니의 오므라이스, 히말라야 산위에서 먹던 네팔정식 달밧 등…. 음식은 단지 배를 채울 뿐 아니라 그곳의 문화와 자연, 음식을 먹던 순간의 추억까지 담는다.

 

평온한 그 집
태국음식점 반싸바이

위미에 오면 상상했던 제주가 펼쳐진다.
밭에는 달고 새콤한 귤이 주렁주렁 열리고, 앙증맞은 돌담과 푸른 바다가 사이좋게 모여 있다.
그리고 그 마을에는, 제주 감귤과 햇살을 닮은 노란빛의 ‘반싸바이’가 있다.

 

편하고 친근한 집

“싸바이 디 마이?” 태국어로 “잘 지내니?”란 인사이다. 싸바이(Sabai)는 ‘편안한’, ‘좋은’이란 뜻인데 행복하고 평온한 삶을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태국인들에게 싸바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태국인 뽕과 한국인 쏭 부부는 ‘편안한 집’이란 뜻의 태국음식점 반싸바이(Baan Sabai)를 차렸다. 농가주택을 개조한 것이라 여느 집처럼 방이 나눠져 있는데 그래서인지 더 편안하고 안락한 기분이 든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윤이 나는 갈색 나무바닥, 문틀에 칠해진 노란 페인트와 환한 전등 빛, 색이 고운 나무테이블과 알록달록한 의자, 귀여운 책장까지. 창마다 햇살이 가득 들어오고 그 밖으로 위미마을의 풍경이 펼쳐진다. 카툰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쉐프 뽕의 재미나고 귀여운 캐릭터그림들은 벽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 이름처럼, 마치 친구네 집에 놀러온 듯 편하고 친근하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풍성한 맛

반싸바이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풍성한 맛을 자랑한다. 타이항공에서 40년 간 쉐프로 일하신 뽕의 아버지와 10년 경력의 쉐프인 큰 형의 레시피는 반싸바이에 큰 도움이 되었다.
태국식 새우볶음밥인 ‘팟타이 꿍’은 야채와 새우에 쌀국수와 팟타이 소스를 넣어 볶다가 마지막에 계란을 넣어 완성하는 요리이다. 팟타이는 기호에 맞게 태국 고춧가루, 피쉬소스 ‘남뿔라’를 넣어 간을 하고 마지막에는 레몬을 뿌리고 생숙주와 부추를 얹어 땅콩을 뿌려 먹으면 된다. 달달하고 짭조름한 맛의 팟타이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태국의 대표음식이다. 태국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카오산로드의 팟타이에 흠뻑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반싸바이의 팟타이는 길거리 팟타이와 달리 조미료를 쓰지 않고 자체 개발한 특제소스를 넣어 만든다. 싱싱한 야채와 풍성한 재료들도 특별함을 더한다.
태국식 새우볶음밥 ‘카우팟 꿍’은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다. 새우, 양파와 밥을 볶다가 생토마토, 쪽파나 ‘카나’라는 중국식 케일을 넣어 볶고 마지막에는 계란 넣어서 완성한다. 타이밀크티는 타이티를 모카포트로 내려 연유와 우유를 넣어 만든다.
달달하고 시원한 타이밀크티는 본토에서 먹던 맛 그대로이다.

 

빠이와 닮은,

반싸바이는 태국친구네 집에 놀러온 것 같은 곳이다. 태국인 뽕이 요리하고 태국에서 오랜 기간 여행하고 일도 하였던 숑이 있기 때문이다. 태국의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니 빠이를 추천한다. “빠이는 물가도 저렴하고 조용해서 유유자적할 수 있는 곳이에요. 작은 산골마을인데 주로 논과 강가 풍경이 펼쳐진 방갈로에 방을 잡고 지내요. 낮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경치를 감상하고 밤에는 라이브카페에서 좋은 음악을 들으며 가볍게 맥주 한 잔 하면 좋아요.”
반싸바이 벽 한쪽에는 빠이 사진이 붙여있다. 초록빛 논과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방갈로 위로 무지개가 떠있다. 평화롭고 여유로운 그 풍경이 반싸바이와 참, 닮았다.

 


 

김현청 brian@hyuncheong.kim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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