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만나는 세계의 맛 4

아루요(1호점)

우리는 늘 어딘가를 갈망한다. 뚜벅뚜벅 걸어서, 기차를 타고, 혹은 비행기를 타고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 하지만 여행이란 물리적 거리나 공간의 크기와는 무관할지도 모른다. 제주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타국의 맛을 느끼고 그곳의 공기를 상상할 수 있으니.

 

한 접시의 요리에는 많은 것이 담긴다. 각기 다른 기후에서 자라난 곡물과 채소와 과일들을 비롯해,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난 동물들, 생선들까지. 또한 맛을 가미하는 갖가지 향신료와 설탕, 소금, 간장 등의 양념들. 거기에 다양한 조리법과 저장, 숙성 방법까지 더해지면 다양한 나라, 다양한 문화만큼이나 독특하고 매력적인 음식이 탄생한다. 세계의 요리들은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다양하고 무궁무진하다. 맛이라는 것은 하나의 우주 아닐까.


문득 엄마밥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여행지에서 맛보았던 음식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방콕 카오산로드에서 먹었던 짭조름하고 달달한 팟타이와 바삭바삭한 스프링롤, 이스탄불 보스포르스해협을 바라보며 먹던 담백하고 신선한 연어구이와 뜨겁고 달달한 차이 한잔, 교토의 작은 밥집에서 먹던 할머니의 오므라이스, 히말라야 산위에서 먹던 네팔정식 달밧 등…. 음식은 단지 배를 채울 뿐 아니라 그곳의 문화와 자연, 음식을 먹던 순간의 추억까지 담는다.

 

 

정직하고 다정한 친구
일본음식점 아루요(1호점)

 

가게 맞은 편 커다란 나무그늘 아래 평상이 놓여있다.
주인은 손님들이 기다릴 때 앉아 쉬라고 직접 평상을 만들었다.
그 위에 노란 나뭇잎이 앉아 쉬고 손님들도 함께 앉아 다정한 친구 ‘아루요’를 기다린다.

 

 

정직한 마음이 만드는 요리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은 도쿄의 뒷골목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밥집의 이야기를 담는다. 손님이 먹고 싶은 요리를 주문하면 주인장은 요리를 만들어주는데 그 요리들은 손님들의 허기와 마음을 채워준다. ‘아루요’도 심야식당과 같은 컨셉에서 시작된 식당이다. 처음 오픈했을 당시 손님들이 원하는 요리를 물어보면 “아루요.(있어요.)”하고 그 음식을 만들어주었다. 지금은 손님이 많아지면서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메뉴가 정해졌지만, 아루요의 요리들은 변함없이 손님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아루요는 일본에서 흔히 먹는 가정식을 요리한다. 하지만 정성과 정직한 마음으로 만든 요리는 그 평범함을 특별하게 만든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매일 아침 지역상인에게서 재료를 받아쓰고 재료가 다 떨어지면 문을 닫는다. “손님에게 감동을 줘야지, 행복하게 해드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어요. 내 기분이 좋아야 맛있는 음식이 나오잖아요. 음식은 솔직하고 정직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요.”

 

 

마구로찌라시동과 나가사키짬뽕

돈까스, 우동, 가쯔동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본음식들도 있지만, 아루요에서 눈에 띄는 메뉴는 마구로찌라시동과 나가사키짬뽕이다.
마구로찌라시동은 맨밥에 생선을 올려 소스를 뿌린 요리이다. 일본에서는 초밥에 생선을 올려 간장에 찍어먹는데 아루요는 손님들이 간편히 먹을 수 있도록 직접 개발한 특제소스를 뿌린 것이 포인트이다. 짜지 않으면서 맛깔난 소스는 살살 녹는 참치와 담백한 밥과 잘 어우러진다. 비벼 먹지 않고 숟가락에 밥과 회를 크게 떠서 무순과 와사비를 얹어 먹는 것이 핵심이다.
나가사키짬뽕은 새우, 게, 가리비, 홍합살, 새우살, 오징어, 쭈꾸미 등의 해산물과 돼지뼈 육수로 맛을 낸 면 요리이다. 여기에는 쫄깃쫄깃한 라면 면발이 들어가는데 아침마다 면을 뽑아 쓴다.
나가사키짬뽕은 불향이 핵심이다. 이 불향을 내기 위해 스모키향이 나는 소스를 첨가하는 식당도 많지만, 아루요는 재료를 센불에 직접 볶아 짬뽕의 불향을 만든다. 얼큰하고 깔끔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은 풍부한 해산물과 함께 일본의 맛을 전해준다.

 

 

친구처럼 다정한 가게

아루요는 자신과 손님을 갑을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비록 돈이 오고가지만, 음식을 만들고 맛있게 먹는 데에는 서로 감사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아루요는 친구같이 편한 곳이다. 가게가 작고 손님들이 따닥따닥 붙어있어서일까? 이곳에 오면 함께 음식을 먹고 친구가 된다. 혼자 온 남녀가 음식을 나누어먹고 연인이 되어 다음해 다시 오기도 하고, 손님으로 만나서 친구가 되고 동생이 되기도 한다. 저녁에는 술을 먹다 기타치고 노래하는 한마당이 열리기도 한다. 아루요는 말한다. 제주는 ‘행복하게 요리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그리고 손님들에게 아루요가 ‘맛있는 요리를 먹고 좋은 사람들과 편하게 와서 재밌게 즐기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단다.


 

김현청 brian@hyuncheong.kim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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