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면
누군가의 짝이 된다는 건 역시 그런 것일까. 서로를 참 많이 닮은 부부였다.
외모뿐 아니라 특유의 수더분한 분위기, 자주 쓰는 단어 그리고
뜸 들일 때의 표정마저. 유독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인터뷰였고,
대화를 주고받다 이따금 공백이 생길 때면 우린 너나 할 것 없이
직사각형 창문에 담긴 일자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럴 때면 생각했다.
만약 사랑이 보이는 것이라면 아마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 거라.
이메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제주도 남원 시골 마을에서 ‘샐리와 이메다’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결혼 2년 차 신혼부부입니다.
샐리: 샐리와 이메다는 저희들의 애칭이에요. 샐리는 아내인 제가 가지고 있던 ‘샐리민’이라는 별명에서 나왔고, 이메다는 남편 키가 2m라 지어진 이름이에요. 어쩌면 저희 신랑이 이 섬에서 제일 클지도 모르겠어요(웃음).
이메다: 2016년은 5년째 되는 해입니다.
샐리: (웃음) 근데 제주에선 생각보다 흔한 일이에요. 아니 흔하다기보다는 좀 더 쉬운 일이랄까요. 저희처럼 여행을 하다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에 이르는 부부들을 종종 봐왔거든요.
이메다: 아무래도 여행을 하다가 만난 터라 가치관이나 취향 이런 것들에 있어서 조금 더 잘 맞는 부분이 있어요. 시작이 제주도였기 때문에 제주에서 둥지를 트는 일도 꽤 수월하게 풀린 편이었고요.
샐리: 네, 맞아요.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이메다: 네. 저 같은 경우엔 군을 제대하고 바로 내려온 거예요. 그때 어머니께서 조금 편찮으셔서 제주로 내려가신다 하시길래 당시 이렇다 할 직업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나도 그냥 따라가서 살자 싶었죠. 사실 아주 꼬마일 때 제주에서 잠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결정에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도 있을 거예요.
샐리: 저는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첫 여행지를 제주도로 잡았다가 그 여행이 2박 3일에서 3박 4일이 되고, 2달이 되고, 6개월이 되고, 1년이 되고. 이렇게 여행이 점점 길어지면서 정착까지 하게 된 거예요.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여기 있으니 또 어떤 이유가 필요할까 싶었죠(웃음).
샐리: 역시 일상이 많이 느려졌죠. 서울에서 다니던 회사는 출근 시간만 2시간이 걸려서 항상 6시면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니 해를 보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느긋하게 일어나 씻고 하루를 준비하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릅니다. 또 이웃들과의 관계도 많이 변했어요. 뻔한 얘기일 수 있지만, 가벼운 눈인사가 인사의 전부이던 도시와 달리 여기선 담이 낮아서인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게 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인사도 길어지고 맛있는 음식을 하게 되는 날엔 서로 가져다주고 그래요. 저희가 어려서 그런지 동네 분들이 잘 챙겨주시는데 이런 기분 좋은 이웃 관계가 저한텐 되게 크게 다가오네요. 텔레비전에서만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거든요.
이메다: 저 같은 경우엔 예전처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편이에요. 저희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의 조식을 제가 맡고 있거든요.
제가 워낙 요리하는 걸 즐기는 편이라. 아침에 굉장한 여유 시간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과 다른 종류의 바쁨이라 버겁게 느껴지진 않더라고요.
샐리: 일단 짜증이 많이 줄었고요. 무겁고 우울한 일들도 편하게 넘길 수 있는 배짱이 생긴 거 같아요.
샐리: 그럼요. 많은 분들이 제주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계시죠. 저희 역시 그걸 쫓아서 여기까지 온 거고요. 현실에 부딪힐 때도 많았어요. 대출금도 갚아야 하고, 언제까지나 예쁠 것 같았던 집은 날아오는 바닷물에 녹이 슬고, 보고 싶었던 영화는 차 타고 40분은 나가야 볼 수 있고, 먹고 싶은 음식은 팔지 않았어요. 하지만 살아보니 괜찮아요. 적응이 돼요. 대출금은 조금 더 아껴서 갚으면 되고, 집은 귀찮지만 다시 페인팅 하면 되고, 영화는 집에서 빔을 쏘아 보면 되고, 정말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만들어 먹어도 되더라고요. 환상과 현실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재밌게 살면 현실도 환상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도시에 비해 부족한 부분들은 저희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고 또 제주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것들엔 더 감사하며 살려고 노력해요. 마음만 먹으면 수영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딱히 마음먹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들로 가득 찬 곳이니까요.
이메다: 요즘 정말 많은 분들이 제주로 이주해 오시는데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는 없는 건 맞아요. 역시나 직업이나 교육과 같은 문제요. 저는 ‘뭐 먹고 살래?’에 대한 답변은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육지에 비해 인건비가 박한 건 사실이지만, 제주에 생각보다 일거리가 좀 있어요. 교육적인 측면은 저희 역시 여러 번 생각해본 부분인데요. 저는 원래 전공이 체육교육학과라 제주의 초등학교에서 체육 선생님을 3년 정도 했어요. 일하면서 느낀 게 생각보다 교육환경이 잘 되어있더라고요. 무엇보다 학생 수가 전교생이 많아야 육십 명 정도로 적다 보니 전교생의 이름을 다 외우는 건 기본이고, 학생 개개인에 쏟을 수 있는 애정도 훨씬 커요. 좀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하면 적은 인원수 때문에 사회성 결여를 우려하시던데 이건 부모의 재량에 달린 게 아닌가 생각해요. 교육 부분에 있어선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게 있는 터라 어느 정도 확신이 있는 편인 것 같네요.
샐리: 시골 마을이라 재밌는 일들도 많아요. 저희 둘이 차를 타고 가는데 학생들이 지나가면 창문 열고 “OO아! 너 왜 집에 곧장 안 가!” 하기도 하고(웃음).
이메다: 카페샐리와 이메다하우스는 저희의 별명을 따서 만든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고요. 저희들의 신혼집이자, 직장이자, 놀이터예요.
샐리: (웃음) 사실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지금 생각나는 것만 해도 햇빛창고도 있었고 봄방학도 있었고. 근데 왠지 안 어울리더라고요. 그러다 생각한 게 이메다하우스가 2층집이라 더 높고 카페 샐리는 1층이라 좀 더 낮잖아요. 왠지 우리 부부랑 비슷한 거 같아서 단순하게 정한 거예요(웃음).
이메다: 저희가 로망하던 것들을 실현시킨 공간이에요. 박공지붕에 아침에 눈을 뜨면 하늘이 보이는 큰 창문,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며 목욕할 수 있는 욕조까지. 모두 저희가 하고 싶었던 것들이죠. 그중에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바로 넓어 보이는 구조예요. 실은 대지가 다 합해서 65평도 안 되지만 건물을 두 개로 나누고 높낮이를 다르게 하면서 더 넓어 보이도록 설계했습니다.
샐리: 제주에서는 저희가 놓고 싶은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들을 구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우선 가구는 제주까지 배송해주는 곳이 많이 없었고, 소품도 다양하게 파는 곳이 그 당시에는 찾기가 어려웠죠. 그래서 저희는 부산 국제시장이나 서울 남대문 혹은 동대문을 가서 조금씩 구해왔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단 워낙 관심이 있는 분야라 재밌었어요. 지금도 업무상 육지에 나갈 일이 생기면 꼭 한 번씩 시장에 들렀다가 옵니다.
이메다: 재미를 느낄 때요. 온종일 정신없이 일하고 들어와도 재미있다고 느낄 때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을 해요. 나의 일, 우리의 일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는 일인지 몰랐어요.
샐리: 꼭 매일 작은 탑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 같아요.
이메다: (웃음) 저희한텐 정말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되었죠. 처음에 섭외 전화가 왔었어요. 찾고 계신 장소와 저희 카페샐리가 이미지가 잘 맞는 거 같다고요. 저희야 뭐 당연히 흔쾌히 응했죠. 덕분에 저희는 휴식기도 갖고요.
샐리: 재밌었어요. 배우분들과 만나서 얘기하는 것도 무지 좋았고요. 저희 가게가 cf에 나오는 것도 신기했어요. 또 이번 기회에 태흥리라는 동네가 많이 알려진 거 같아서 기분이 좋네요.
샐리: 바다보석은 제가 제주도에 처음 내려왔을 때부터 모아두었던 조개나 소라 껍데기들을 세척하고 가공해 만든 핸드메이드 액세서리 브랜드입니다.
샐리: 희소성이라 생각해요.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모두가 각기 다른 디자인을 가질 수 있다는 게 특별하다 생각해요. 무엇보다 제주 바다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고 있고요.
카페샐리, 이메다하우스 instagram.com/jeju_sallymin,
www.sallymin.com
바다보석 instagram.com/seashell_bada,
www.sallysea.com
김현청 brian@hyuncheong.kim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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