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지르잡기 30]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10월 12일. 드디어 JYJ가 대중 앞에 처음으로 선을 보였다. 월드와이드 앨범 <The Beginning>의 첫 번째 월드투어 쇼케이스가 개최된 것이다. 장소는 그들이 얼마 전 팬미팅을 열었던 고려대 화정체육관이었다.
현장은 공연 시작 전부터 팬들의 열기와 흥분으로 가득했다. 쇼케이스는 티켓 예매 오픈 15분 만에 1만 여석의 전 좌석이 매진되었을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변함없이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팬들이 모였다. 여기에 미국, 유럽, 중동 등 다양한 국가의 팬들도 눈에 띄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 안에는 일본의 톱스타 하마사키 아유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JYJ의 무게감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JYJ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선 이들의 첫 번째 정식 결과물을 지켜보기 위해 온 각 언론사의 기자들도 대기 순서에 따라 번호표를 받고 입장을 기다렸다. 쇼케이스는 오후 6시와 9시 등 2회에 걸쳐 진행되었다. 언론에는 9시 공연이 공개되었다.
공연장 플로어에는 스탠딩으로 콘서트를 즐기려는 팬들로 가득했다. 예정된 시각이 다가오자 장내는 더욱 술렁였다. 좀 더 가까운 곳에서 JYJ의 모습을 보기 위해 밀려드는 팬들의 물결로 안전사고마저 걱정될 정도였다.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마치 밀물과 썰물이 오가듯 인파가 요동쳤다.
자리다툼은 비단 플로어의 일만은 아니었다. 기자들도 이날은 다른 쇼케이스 현장에 비해 유독 취재경쟁이 심했다. 물론 체육관이라는 특성이 있긴 했지만, 앞자리와 뒷자리의 기자들 사이에 시종 날카로운 신경전이 오갔다.
흔들림 없는 가창력, 완벽한 퍼포먼스 …
9시10분. 웅장한 오프닝 곡과 함께 JYJ가 무대 아래에서 솟아오르며 등장했다. 공연장은 순식간에 팬들의 떠나갈 듯한 함성소리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채워졌다. 붉은색 야광봉은 흥겨운 리듬과 함께 객석을 휘감았다.
로드니 저킨스가 작곡한 ‘Empty’로 쇼케이스의 시작을 알린 JYJ는 ‘Be the one’을 연이어 선보였다. 경쾌한 힙합 비트와 강렬한 사운드는 이전의 색깔과는 또 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특히 ‘Be the one’ 무대는 감각적이고 절제된 안무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Be my girl’은 미디엄 템포로 멤버들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멜로디가 돋보인 곡이었다. 짜임새 있는 편곡으로 곡의 정서를 일관되게 끌고 가는 완성도는 언제, 어디서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카니예 웨스트가 작곡에 참여한 ‘Ayyy Girl’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세 멤버의 아티스트로서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댄스곡임에도 세 멤버가 서정적으로 서서히 감정을 차오르게 하는 후렴구의 멜로디에 초점을 맞춘 이 곡은 감각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또 다른 음악적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드라마 <성균관스캔들> OST에 수록된 ‘찾았다’는 무대와 객석이 한데 어우러지며 거대한 하모니를 이루어냈다. 몇몇 팬들은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터트리기도 했다. 멤버들 또한 열정을 다한 라이브로 컴백에 목말랐던 팬들의 마음을 적셔 주었다.
피날레는 오프닝 곡이었던 ‘Empty’의 리믹스 버전이었다. 멤버들이 중앙 무대로 뛰어나오자 관객의 반응은 절정에 다다랐다. JYJ의 환상적인 가창력과 퍼포먼스는 월드 클래스의 실력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휘트니 휴스턴,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넬리 등의 안무가로 활동한 미국의 유명 안무가 제리 슬로터가 만들어낸 멋진 안무도 JYJ의 카리스마를 더욱 돋보이게 꾸며주었다. 유수의 언론은 “동방신기 시절처럼 격렬하지는 않지만 어떤 동작이든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정확한 춤과 어떤 군무든 오차 없이 맞추는 호흡 역시 여전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쇼케이스는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의 사회로 진행됐다. JYJ는 ‘토크 타임’에서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이자 랩퍼인 카니예 웨스트와의 음반 작업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새 앨범 발매에 대한 감격과 기대감을 전했다.
이들은 “무대에 선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은데, 이 공연장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전하는 이들의 모습에 공연장은 다시금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준수는 ‘새 앨범을 받았을 때 기분’을 묻는 질문에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인 음악이란 매개체가 계속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며 조심스럽게 속내를 밝히고 “여러분의 사랑으로 맺은 결실, 그리고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천은 “미국에 살면서 카니예 웨스트의 음악을 들으며 지냈는데 그들과 작업한다는 생각에 설렘도 컸다.”면서 “프로듀싱을 위해 다크 차일드의 스튜디오를 찾았는데 마이클잭슨이 죽기 얼마 전까지 녹음을 했던 곳이라더라. 그 사실만으로도 영광이었다.”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재중은 ‘지난 도쿄돔 콘서트에서 왜 눈물을 보였나’라는 궁금증에 “사람이 말로 못하면 표정으로 나오지 않냐”고 반문하며 “마지막 공연에서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터졌다. 우리는 여러분 앞에서 노래하고 멋진 모습 보여드리는 게 일이라서 어떤 일이 있어도 참아내야 하는데 여러 복잡한 감정들이 눈물로 표출되었다.”고 담담하게 회상했다.
불공정계약의 속박을 벗어 던진 재중, 유천, 준수는 이처럼 강렬하고 세련된 사운드와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무장한 ‘JYJ’로 돌아왔다. 그리고 세계무대를 향한 성공적인 변신을 이루어냈다. 이는 곧 아시아를 넘어 미주와 유럽을 석권할 JYJ라는 ‘신예 그룹’의 막이 열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날 쇼케이스를 지켜본 한 매체의 기자는 이렇게 기록했다.
“사실 공연을 보기 전까지 3인 체제로 첫 발을 뗀 JYJ의 무대에 물음표를 달았었다. ‘동방신기 기존 5인이 이뤘던 하모니가 3명만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컸던 것이다. 그러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들은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동방신기 멤버답게 연달아 격렬한 댄스곡을 소화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보컬실력을 보여줘 팬들을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세계일보 / ‘WE+ 현장에서’ JYJ 새 앨범 쇼케이스 열리던 날]”
JYJ의 첫 앨범 <The Beginning>은 스페셜 음반 30만 장, 일반 음반 22만 장 등 선주문만 52만 장을 돌파하며 그해 최대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동방신기 4집 <미로틱>의 선주문 30만 장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였다.
수록곡 ‘Ayyy Girl’은 공개직후 몽키3 등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차트 1위에 오르는 등 JYJ의 저력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항간에서는 JYJ가 앨범 판매와 쇼케이스 티켓 예약만으로 단 하루 만에 7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고 흥분하며 가요계 최고 블루칩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들이 쇼케이스로 본격적인 활동의 출발을 알린 다음날. 또다시 팬들을 분노케 하는 보도가 터져 나왔다.
SM엔터테인먼트가 아직 자신들과의 전속계약 건이 분쟁 중인 상황에서 다른 기획사와 앨범을 발매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JYJ 앨범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는 소식이었다. 게다가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회(문산연)라는 단체에서 방송사와 음반사, 음원 유용사 등에 공문을 보내 JYJ의 활동규제를 요청했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여졌다.
10월 13일. 한 연예매체는 법조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SM엔터테인먼트가 서울중앙지법에 JYJ의 첫 정규앨범이자 월드와이드 음반인 <The Begining>의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SM은 이와 함께 전속계약에 대한 본안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기획사와 계약한 것은 가처분 결정의 취지에 위반된다며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도 함께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문산연도 각 방송사와 음반사, 음원 유통사 등에 공문을 보내 JYJ의 활동규제를 요청하며 SM을 거들었다.
JYJ가 SM과의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아직 계약해지가 완료된 것이 아닌 상황에서 씨제스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은 것은 부당한 이중계약이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입장이었다.
이 모든 일들이 JYJ가 쇼케이스를 통해 화려한 비상을 시작한 바로 다음날 알려진 내용이었다. 더욱이 SM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8일이었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 쇼케이스가 끝나자마자 언론에 알려진 것은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었다.
SM의 법적조치에 대해 JYJ 측은 “현재로서는 별다른 대응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이는 음반사 측에서 대응할 문제”라고 조심스럽게 선을 그었다. JYJ 측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이나 문산연의 움직임은 그쪽에서 실시한 사항이기 때문에 우리가 공식대응을 하겠다고 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며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현청 / brian@hyuncheong.kim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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