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지르잡기 32]
11월 21일 오전 5시30분. 미국 로스앤젤리스를 출발한 KE012편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 비행기에는 글로벌 데뷔앨범 <The Beginning> 발매 기념 미주투어 쇼케이스를 마친 JYJ 멤버들이 탑승해 있었다. 이른 시간인데다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였지만, 공항에는 많은 팬과 취재진이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드디어 JYJ가 입국장에 들어섰다. 검정 가죽재킷을 입은 재중과 준수에 이어 브라운컬러의 패딩점퍼에 백팩을 멘 유천이 모습을 보였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동시에 터졌다. 긴 비행시간에 피곤했을 텐데, 멤버들의 얼굴에서 피로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저마다의 표정에는 해외 경쟁력을 확인했다는 자신감이 가득해 보였다. 이로써 JYJ는 아시아와 미주 지역에서의 쇼케이스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의 나래를 펼치게 되었다.
자신들의 신곡을 국내 팬들에게 가장 먼저 선보인 JYJ는 음반 발매 사흘 만인 10월 15일 태국 방콕에서 글로벌 데뷔 앨범 <The Beginning>의 첫 해외 쇼케이스를 열었다. 이후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싱가포르, 홍콩, 타이페이, 상하이 등 아시아 6개 도시에서 월드와이드 쇼케이스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아시아지역 쇼케이스를 위해 JYJ 멤버들이 이동한 거리는 약 1만7500킬로미터에 달했으며, 관객 동원 수는 4만 여명에 이르렀다.
공연이 펼쳐지는 각 도시 공항에는 JYJ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1000여명의 팬들이 모여 이들의 뜨거운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는 팬들의 열렬한 환호로 출국 수속조차 쉽지 않아 부득이하게 뒷문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10월 30일 타이페이시 난강전시회장에서 열린 대만 쇼케이스에는 5000여명의 관객이 좌석을 가득 메웠다. JYJ는 뜨거운 환호로 열광하는 팬들에게 열정적인 무대를 선사하며 흔들림 없는 실력을 입증했다.
JYJ는 “이번 아시아지역 쇼케이스에서 보여준 각국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공연을 거듭할수록 팬 여러분의 열렬한 관심과 호응에 행복했고, 앞으로 더 좋은 음악과 무대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11월 10일. JYJ는 미국의 뉴욕, 라스베이거스, 로스엔젤리스 등 미주지역 4개 도시 쇼케이스를 위해 비행기 트랙에 올랐다. 그러나 이들이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돌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공연비자(P1) 발급이 거부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이들에게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공연의 성공이 관건이 아니라, 아예 성사 자체도 장담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JYJ가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많은 언론과 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상황을 주시했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세계최대 규모인 미국 음악시장에 발도 들여놓지 못한 채 짐을 싸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이틀 뒤. 공연주관사인 워너뮤직이 JYJ 웹사이트를 통해 공식입장을 밝혔다. 팬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국 공연을 무료로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JYJ의 공연 기획사는 당시 “쇼케이스 미국 공연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관련 서류를 준비해 공연비자 발급을 신청했으나 비자 발급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고, 그 사유에 대해서는 현재 확인 중”이라며 “이 경우 무료 공연은 가능하다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았다. 고심 끝에 남은 뉴욕, 라스베이거스, 로스앤젤리스 공연을 무료 공연으로 전환하여 진행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위기의 순간, 이들이 우선적으로 선택한 것은 팬과의 약속이었다. 미주 공연에 임하는 JYJ의 강한 의지는 이들이 보내온 보도자료에 잘 담겨 있었다.
“(이 또한)성공적인 미국 진출을 위한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이 무료이든 유료이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팬들에게 잊지 못할 최고의 무대를 선사할 것입니다. 월드와이드 쇼케이스의 대미에서 세계를 향해 준비한 우리의 모든 열정을 쏟아내겠습니다.”
재중은 그날 밤 자신의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지금은 뉴욕.
뉴욕에서 첫, 아니 미국에서 하는 첫 공연이
바로 내일이다.
미국 팬들과의 만남.
가슴이 떨려온다.
설렘에 잠도 오질 않는다.
우리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우리가 하지 못할 것도 없는데
미국에서 팬들을 만나지 못할 뻔했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 대표 형이 보여준 모습은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그 누가 우리를 힘들게 해도
언제나 우리와 함께해주는 너희들에게
우리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거야.
우리는 계속 노래할거야.
너희들을 위해… …”
– 뮤직에세이 their rooms 중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결단의 연속. 그리고 전화위복의 결과를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2일 저녁 7시. 뉴욕 맨해튼 해머스테인에서 진행된 첫 쇼케이스는 현지인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며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총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원더풀! JYJ”를 외치며 재중, 유천, 준수의 라이브와 퍼포먼스에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다.
해머스테인은 ‘백 스트리트 보이스’,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유명 팝스타들이 공연한 곳이기도 했다. 새벽 6시부터 미 동부 각지에서 몰려든 현지 팬들은 공연 직전까지 수용인원을 초과한 7000명 이상이 운집해 일대 교통이 잠시 마비되는 등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뉴욕에 이어 14일 라스베이거스 플래닛 헐리우드호텔에서 열린 두 번째 쇼케이스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열정적인 분위기 속에 개최됐다. 공연장을 가득 메운 7000여명의 팬들은 입장 전부터 호텔 주변을 에워싸고 ‘JYJ’를 외쳤다. 미국 전역에서 찾아든 팬들의 함성소리는 라스베이거스 메인 스트리트를 가득 채웠다.
특히 이날 공연에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팬뿐 아니라, 외국인이 관객석의 절반 가까이 차지해 월드와이드 쇼케이스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미주 쇼케이스는 6000여명의 팬들이 운집한 로스앤젤리스 공연을 끝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JYJ는 마지막 공연다운 절정의 라이브와 과감한 안무를 선보이며 객석의 환호에 답했다. 세 차례에 걸친 미주지역 쇼케이스에는 총 2만여 명의 관객이 공연장을 찾았으며, 횟수를 거듭할수록 팬들의 반응 또한 폭발적이었다.
<The Beginning>의 프로듀서로 참여한 로드니 저킨스는 JYJ를 지원사격하기 위해 쇼케이스 파티에 직접 참석해 인터뷰를 자청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로드니 저킨스의 JYJ에 대한 애정과 신뢰는 확고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번 작업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고, 그만큼 놀라운 경험이었다. JYJ가 자신의 음악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앨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칭찬했다.
미국 언론과 대중들도 ‘동양에서 온 삼태성’ JYJ에 대해 높이 평가할 뿐 아니라 앞으로의 활동에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US매거진 등 현지 언론은 ‘JYJ 열풍’에 뜨거운 관심을 나타내며 이들의 성공데뷔를 낙관했다.
스페셜 라이브방송에 출연한 JYJ를 지켜본 MTVK 트위터 운영자는 공식 트위터에 “준수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힘이 있다. 그는 나를 비롯한 그곳의 모든 사람들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그의 노래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다.”는 극찬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국내 언론들도 “아시아투어에 이어 미주지역 월드와이드 쇼케이스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으로써 12월 미국에서 발매될 JYJ의 <The Beginning> 앨범 활동에도 파란 불이 켜지게 되었다.”고 앞 다투어 보도했다.
JYJ의 미주 쇼케이스 성공은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시사점을 안겨주었다. 무엇보다 비자 발급 거부라는 악재를 슬기롭게 딛고, 미 음악시장 성공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당초 계획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포기하고 싶었을 위기의 순간에도 이들은 오히려 팬들을 안심시키며 의연하게 대처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예기치 않게 닥친 난관을 ‘긍정의 힘’으로 극복하는 이 세 젊은이의 발걸음은 이를 지켜보는 많은 팬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이렇듯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 달여간 진행된 월드와이드 쇼케이스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JYJ는 곧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국내 최대 규모로 펼쳐질 첫 콘서트 준비에 들어갔다. 멤버 각자의 미발표곡을 공개할 정규 콘서트였기에 팬들은 더욱 기대감에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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