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에서 이영애를 만나다

[한류지르잡기 01]

K-POP이 샹송의 나라, 유럽문화의 중심 프랑스를 매료시키고 있다. 열정과 축제의 땅 남미를 열광시키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필자가 인도, 인도네시아, 대만, 홍콩, 중국, 파푸아 등의 도시와 오지를 여행하며 느낀 것은 한국에 대한 이들의 무조건 적인 맹신과 환호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한번은 원시의 정글을 돌아보는 여행 중 파푸아의 원주민 학교의 교장선생 집에 식사를 초대 받은 적이 있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깊은 정글,석유와 태양열로 잠깐 동안 전기를 사용하는 그곳에서 아이들이 갑자기 13인치 남짓 되어 보이는 위성 TV앞에 모여 앉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TV에서는 인도네시아로 더빙된 한국드라마 대장금이 방영되고 있었다. 원시의 정글로 접근조차 어려운 파푸아뉴기니 지역에서 대장금이 방영되는 시간에 TV앞에 모여 앉은 사람들이 한국드라마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었다. 반갑고, 신기한 것을 넘어 기가찬 장면이었다. 파푸아 정글에서 이영애를 보고있다니!

 

드라마에 등장한 한국의 연예인들은 파푸아의 정글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으며 이와 같은 현상은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 홍콩, 대만, 필리핀 심지어는 중동지역에 까지 다를 바 없는 현상이다. 이들 나라에서 한국드라마는 평균 30%에서40%, 많게는 50%이상의 시청률을 올린다. 한국 드라마의 방영은 시청률과 광고수익 나아가 방송국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도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말그대로 한류 열풍이다.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이와 같은 한국 드라마에 대한 사랑은 한국제품이나 한국인에 대한 조건없는 사랑으로 이어진다. 인도네시아 중부의 한 섬에 잠간 체류 했을 때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한국 차가 일본차 보다 좋다는 논리가 일반화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왜 한국자동차가 좋은지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면 특별한 이유가 없다. ‘대장금’이나 ‘김삼순’ ‘전지현’ ‘윤은혜’ ‘비’가 좋고 그들이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 차가 좋다는 논리다. 한국자동차가 얼마나 부품이 공급이 잘되는지 얼마나 내구성이 강한지, 일본이나 독일 자동차에 비해 성능은 어떤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판단과 평가는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자동차의 내구성이나 디자인은 선택의 기준이 아니다. 현대나 기아의 로고가 있는지. 내가 타고 있는 중고차에 한글이 얼마나 돋보이게 많이 쓰여 있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사랑하고 동경하는 배용준과 대장금의 나라에서 만든 차가 더 좋고 훌륭하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자기 나라도 한국처럼 일본에 식민지 지배를 받았으며, 일본군들에게 한국과 인도네시아인이 동일한 고문과 처형을 당했다는 사실하나만으로 이들에게 한국과의 동일시의 정서를 가질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되고 있다. 심지어 한국과 독립기념일이 같다는 것은 이들에게 매우 강한 동일시의 감정이었다. 한국에서 온 구호품에 한국어가 쓰여 있는 것이나, 중고자동차에 한글이 쓰여 있는 것을 일부러 지우지 않는다.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입고, 타고 살아가며 한국에 대해 동경한다. 경제적으로 학문적으로 꼭 필요하지도 않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생들도 여럿을 만났다.

 

한국 드라마를 대한 사람들은 한국의 남성들은 모두 ‘가을동화’의 배용준과 같이 사려 깊고 따뜻하다고 느끼며 한국의 여성들은 ‘내 이름은 김삼순’이나 ‘엽기적인 그녀’의 주인공들처럼 솔직하고 당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인 관광객들에게서 그런 감흥과 감정을 느끼길 원한다.

 

일부 사람들은 일본차에 현대로고를 붙이고, 일본산 중고차를 조립하고 현대차의 핸들을 붙여서 한국자동차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심지어는 일본산 혼다자동차를 발음이 비슷한 현대자동차라고 주장하며 한국자동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공항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는 한국은 좋고 일본은 나쁘다며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한국을 향한 무조건적인 특급사랑이다.

 

 

한류가 죽어야 한국이 산다.

 

드라마에서 화투치는 장면을 보고 한국에 가는 관광객에게 화투를 사다달라고 하고, 한국인에게 화투를 가르쳐 달라고 하는 대만의 여대생. 한국남자들은 모두 태권도를 잘한다고 믿는 필리핀 사람. 한국에서 여자들은 모두 대장금드라마에서처럼 한복을 입는다고 생각하는 인도네시아 회사원. 한국에서는 모든 사람이 그림같은 저택에 살고 남자들은 잘생겼고 사려깊다고 생각하는 베트남 아가씨. 이처럼 한국에 대한 그들의 가치와 감각, 판단의 기준을 세우는 일상의 한 공간에 텔레비전이 버티고 있다.

 

그것은 매우 단순하지만 강한 흐름을 갖는다. 그 흐름은 어떠한 논리로도 보편화 시켜 이야기 할 수 없는 맹목적인 현상을 그려낸다. 아무런 근거나 판단의 기준 없이 텔레비전 영상이미지를 통해 한국에 대한 편향된 시각이 구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노래가 그들에게 친근하면 할수록 한국에 대한 외곡현상은 더욱 강화되고 그 실체가 밝혀질 때 갖게 되는 상실감 또한 더욱 커진다.

 

이제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연예인들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니라 한국사회와 문화에 대한 실체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의 드라마는 한국을 신화화 하고 한국을 이해하는데 오히려 장해요소가 된다. 텔레비전이 만들어 내는 과도한 영상들과 비현실적인 주제들로 인해 한국에 대한 실체가 왜곡되고 있음이 발견된다. 신속히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과 가치들을 제공하고 드라마가 갖는 이미지만큼이나 한국의 제품과 시민들의 의식에 대한 수준을 갖춰야 한다. 한국드라마에서 하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인에서 하기 때문에 믿음이 가고, 한국의 제품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 K-POP의 경제적 이익과 더불어 한국에 대한 문화와 정치, 사회에 대한 경쟁력 제고에 대해서도 성찰의 목소리를 내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이제 정부와 한류의 생산자들 모두 방향성과 의도를 가지고 한류를 활용해야 한다. 한국을 경험하고 한국의 실체를 고발하고 심지어는 공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한류는 허상만 이었지 실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를 대량수입은 해갔는데 정작 부품을 구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도 몇 년 지난 자동차의 부품은 구할 수가 없어서 폐차장을 전전해야하는 상황 아닌가.

 

왜곡된 한류(韓流 Korean wave)가 멈추지 않는한 한국은 세계에서 언젠가 냉담한 한류(寒流, cold current)에 휩쓸려 갈 것이다. 우리나라는 한류는 한물간 차가운 물이 되고 말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해야하는 기로에 서있다.

 

한국에 대한 왜곡된 정보와 맹목적인 이해는 결과적으로 한국에 대한 배신과 부정적인 인식으로 다가 오기 마련이다. 걷은 노랗고 속은 희다는 의미로 한국인을 바나나와 같다는 비아냥을 하는 말이 있다. 방향성 없는 한류가 지속된다면 오히려 바나나와 같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고착시킬 수 있다.

 

문화적 주동력과 영향력을 갖는 것 이전에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이해, 세계시민으로서의 의식이 중요하다. 나아가 제품에 대한 질과 사후관리도 한류에 대한 투자만큼 집중해야 한다. 더불어 동남아인들을 무시하고 돈으로 무엇이든 해결하려 하고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막무가내도 한류로 인해 만들어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를 훼손하고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TV 드라마가 한류의 시발점이었다면 K-POP은 세계 속으로 新한류를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연예기획사의 횡포, 연예인 성 접대 행태, 불공정 노예계약, 왜곡된인터넷 문화 등은 한류를 좌초시킬 암초와 같다. 연예기획사들에게는 자성을 촉구한다. 수준 높은 문화를 즐길 줄 알고 사람을 존중하는 팬들이 되어 주길 당부한다.

 

김현청 brian@hyuncheong.kim
–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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