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만으로는 판을 지킬 수 없다정치에는 정치로—명분과 실리, 지혜와 순결
결국 판을 바꾸는 것은 큰 목소리가 아니라 정확한 절차, 즉흥의 열기가 아니라 길게 쌓인 신뢰여야 한다. 수수함은 태도이고, 전략은 책임이다. 좋은 목적은 좋은 방법을 요구한다. 원칙을 전략으로 만들고, 절차를 공익의 기술로 바꿀 때,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그 자리는 다시 제 이름을 되찾는다.
결국 판을 바꾸는 것은 큰 목소리가 아니라 정확한 절차, 즉흥의 열기가 아니라 길게 쌓인 신뢰여야 한다. 수수함은 태도이고, 전략은 책임이다. 좋은 목적은 좋은 방법을 요구한다. 원칙을 전략으로 만들고, 절차를 공익의 기술로 바꿀 때,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그 자리는 다시 제 이름을 되찾는다.
순수한 의도만으로 공동체의 가치를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이 최근의 경험을 통해 무너졌다. 일부 정치적 행위자들이 원칙을 훼손하며 신성한 합의의 장을 오염시키는 것을 목격하며, 선의를 가진 이들의 정치적 무능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 이제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새긴다. 명분과 실리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선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진흙탕에 들어가 싸우는 ‘정치적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다. 순수함은 치열한 현실 속에서 싸워 이길 때 비로소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권의 오남용은 조용히 시작되고,
멈추기 전까지는 더 큰 힘을 요구한다.
멈추는 법을 모르는 손에 쥐어진 권은,
언제나 타인을 짓누르는 추(錘)가 된다.
성경의 진실은 문자적 사실이 아니라 해석의 산물이다. 창조의 순서, 두로와 에덴, 아담과 하와, 예수의 실존, 출애굽 등은 모두 모순과 상징, 권력의 언어로 얽혀 있다. 진실은 언제나 해석의 그늘 아래 머물며, 우리는 그 그늘 속에서 인간의 한계와 가능성을 마주한다.
나는 예수가 아람어, 히브리어, 헬라어를 넘나들며 말을 건넸던 장면을 떠올린다. 민중의 언어로 속삭이고, 전통의 언어로 경전을 읽으며, 제국의 언어로 세계와 맞섰던 그의 입술은 단순한 소통의 도구가 아니었다. 언어는 그 자체로 권력의 경계, 정체성의 울타리, 사회 구조의 틈새를 드나드는 실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