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창이 잠깐 조용해질 때가 있다. 그 침묵이 나를 덮치면, 손가락은 스스로 달리기 시작한다. 어제 있었던 자잘한 해프닝, 굳이 몰라도 될 신체 정보, 관계도에 없는 사람의 사소한 근황까지 흘러나온다. 누군가 “TMI”라며 웃음 이모티콘을 붙인다. 그 순간 깨닫는다. 내가 건넨 건 정보가 아니라, 침묵이 두려운 마음이었다는 것을.
TMI는 종종 솔직함의 탈을 쓴다. “난 숨기는 거 없어”라고 말하고 싶은 욕구가, 경계선을 밀어버린다. 가까워지고 싶은 의도는 선하지만, 상대의 숨 쉴 공간을 빼앗을 때가 있다. 과잉의 솔직함은 친밀함을 보증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계의 기술이 친밀함을 지킨다.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부터가 너인지 가늠하는 감각이 무너지면, 대화는 금세 피로해진다.
과시는 또 다른 얼굴이다.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초라해 보일까 봐 겁이 나서 정보를 덧칠한다. 일정표를 과하게 공유하고, 성과의 세부를 늘어놓는다. 겉으로는 “참고로” 붙여두지만, 속으로는 “나를 좀 높게 평가해줘”를 건넨다. 허영은 말의 양을 늘리고, 불안은 문장의 속도를 재촉한다. 그러다 보면 진짜 중요한 문장은 빠진다. “지금, 나는 좀 불안해”라는 한 줄.
설명 과다도 있다. 틀릴까 봐, 오해받을까 봐, 끝도 없이 보충한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덧붙이자면…”이 꼬리를 문다. 때로는 이런 말들이 방패다. 공격받지 않으려는 마음이 문장 뒤에 숨는다. 하지만 방패는 손을 무겁게 만든다. 상대는 의미보다 피로를 먼저 느낀다.
TMI의 뿌리는 대개 동일하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 잊히지 않으려는 마음, 거절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 우리는 존재의 증명을 말로 한다. “지금 이곳에 내가 있다”라는 신호를 과도하게 발신한다. 그러나 신호가 세질수록, 수신은 약해진다. 당신의 서사는 늘어나는데, 상대의 자리는 줄어든다. 대화는 그렇게 일방이 된다.
방법은 간단하면서도 어렵다. 한 박자 쉬기. “이 말을 지금, 꼭 해야 할까?” “이 정보가 상대를 돌보는가, 나를 방어하는가?”라는 질문을 마음속에 띄우는 일. 한 줄을 덜고, 질문을 하나 더 얹는 일. “너는 어땠어?”라고 방향을 돌리는 일. 절제는 침묵이 아니라 배려의 다른 이름이다. 말이 줄어들면 감정의 결은 또렷해진다. 내 안에서도, 우리 사이에서도.
우리는 모두 말의 호흡을 배워야 한다. 숨을 들이키고, 내쉬고, 멈추는 리듬. 그 리듬이 맞을 때 대화는 음악이 된다. TMI는 리듬을 잃었을 때의 소음이다. 소음을 다룰 줄 아는 사람만이, 필요한 순간에 정확한 음을 낸다. 결국 TMI의 반대말은 침묵이 아니다. 맥락이다. 상대의 하루와 나의 마음이 만나는 지점에 맞춰 말의 양과 온도를 조절하는 기술, 그것이 성숙한 소통의 다른 이름이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Job談 –브랜딩, 마케팅, 유통과 수출 그리고 일상다반사까지 잡담할까요?
E-mail: brian@hyuncheong.kim